‘위장수사’로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성범죄 1400명 검거···성인 대상 확대되나

전현진 기자 2024. 9. 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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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고.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이 위장수사로 지난 3년간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성범죄 피의자를 1416명을 붙잡았다.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 등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하려면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한정된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경찰청 자료를 보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찰 위장수사를 허용하도록 개정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총 515건의 위장수사로 1416명을 검거하고고 이 중 94명을 구속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가 400건(77.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알선 66건(12.8%), 성착취 목적 대화 21건(4.1%), 불법촬영물 반포 등 19건(3.7%) 순이었다.

현행법상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대상이다.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신분비공개수사’와 문서·도화·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위장수사’로 구분된다.

올해 1~8월 위장수사 건수는 1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건보다 5.7% 늘었다. 검거 인원도 326명에서 387명으로 18.7% 증가했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연예인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판매한 10대 판매자 3명(구속 2명)을 검거했다. 해당 영상물을 구입·시청한 구매자 2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충남경찰청은 위장수사로 지난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트위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광고한 28세 남성을 붙잡아 구속했다. 이 남성은 1만9000점(2테라바이트) 분량의 성착취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위장수사는 남용 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거나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경찰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여고 위장수사관 선발·교육 절차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신분비공개수사는 사전에 상급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사 관련 자료는 국회에는 반기별로, 국가경찰위원회에는 종료 시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신분위장수사는 검찰 청구와 법원 허가를 거쳐야 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는 텔레그램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보안 메신저 등을 이용하는 범죄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를 특정·검거할 수 있는 수사기법”이라며 “올해 상반기 3개 시·도청을 점검한 결과 수사 과정상 위법·남용 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한정된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로 확대하고, 신분비공개수사의 사후 승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도 위장수사 범위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대상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도 많은데 위장수사가 불가능하다. 수사는 적시성이 중요한데 반드시 사전승인을 거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장수사는 성인(대상 범죄)까지 확대가 필요하고, 신분비공개 위장수사도 긴박할 때는 사후승인도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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