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앙은행, 연준 '빅컷'에도 금리인하 점진적"

이한나 기자 2024. 9.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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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9월 '빅 컷'(50bp 금리인하)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 운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올해 초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소비 지출과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금리인하를 서두르기를 원했지만, 현재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23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첸 왕은 "아시아 중앙은행은 인하 여력이 있지만 반드시 인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움직임과 대외 변동성을 주시할 것"이라며 "이에 좀 더 점진적인 속도로 움직이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변동성을 유발할 가장 큰 외부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홍콩의 아다쉬 신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통화전략가는 "대부분의 아세안 중앙은행이 상당히 점진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동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신하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으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내년까지 금리를 3%로 동결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올해 2월 20일 4.8011까지 떨어져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며 지난 20일 약 13% 상승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링깃화 회복은 주요국, 특히 미국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말레이시아의 견조한 경제 성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데릭 노이만은 "인도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되지만 연준에 덜 의존하는 또 다른 아시아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HSBC는 인도 중앙은행이 내달 금리를 6.50%로 동결하겠지만, 식량 및 유가 하락으로 12월에 인하할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또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 예상을 깨고 동결했습니다. 인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를 3.85%로, 일반 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1년물 LPR를 3.35%로 각각 유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 등 중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나오자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7월 LPR과 역RP 금리를 10bp씩 낮춘 바 있습니다.

뱅가드의 첸 왕은 "중국의 경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실제로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0일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시장 예상대로 금리는 동결됐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의 상방 리스크 줄었다"며 "정책 결정의 시간을 벌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을 원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악화로 점진적인 인하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라의 아이치 아메미야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다음 달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2025년 말까지 25bp 인하가 세 번만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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