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치는 절단 랍스터, 왕관 씌워 손님상에…“잔인하다” 말나온 이유
서울의 한 바닷가재(랍스터) 전문 식당에서 몸통이 절단된 채 움직이는 랍스터를 손님상에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음식을 조리하고 섭취하는 방식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만큼 인도적인 방식으로 조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스타에서 너무하다고 난리 난 랍스터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의 한 식당에서 촬영된 영상이 공유됐다.
영상에는 SBS플러스 데이팅프로그램 ‘나는솔로’를 통해 인연을 맺은 커플이 서울의 한 랍스터 식당을 찾아 식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의 식탁에는 움직이는 랍스터가 올려져 있다. 이 랍스터는 왕관을 쓴 채 양쪽 집게발에 각각 편지와 꽃 한송이를 집고 있다. 몸통은 이미 절단된 상태였다.
영상 속 남성도 인스타그램에 당시 찍은 영상을 올리며 “살아있는 랍스터가 만세를 하며 반겨줬다. 그러다가 버터구이 찜으로 배 속을 책임져준 랍스터, 고맙다”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맛있어 보인다” “가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생명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생명의 존엄성은 기본이라 회뜨기 전에 고통 덜 느끼라고 기절시킨 다음에 회 뜨는데 아파서 몸부림치는 걸 보고 기뻐하는 게 소름끼친다” “고통스러워서 움직이는데 왕관을 씌우고 움직이는 게 재밌다고 보는 건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켜줬으면 한다”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데 너무 잔인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바닷가재도 고통 느껴”…법으로 정한 유럽 국가들
최근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그동안의 통념과 달리 바닷가재나 게, 문어, 오징어 등과 같은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의견에 따라 살아있는 무척추동물의 조리방법을 동물보호법으로 정하고 있다. 살아 있는 바닷가재와 문어 등은 기절시킨 다음 끓는 물에 넣거나 요리할 때 고통 없이 죽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정치경제대 연구팀이 문어가 속한 두족류와 바닷가재가 속한 십각류의 지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300여편의 과학 연구를 검토한 결과 십각류와 두족류는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갖고 있으며, 이는 지각이 있는 존재의 특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일부 동물복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키지 않는다면 게는 물속에서 최대 3분을 살아 있으며 가재는 더 오래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2018년 갑각류를 산 채로 요리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바닷가재를 얼음 위에 올려 운반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후 노르웨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와 호주, 영국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연어를 절단하기 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마취한 뒤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은 살아 있는 랍스터의 배송도 금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17년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끈으로 고정하고 얼음 위에 올려둔 피렌체의 한 레스토랑에 5000유로(약 74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동물을 먹더라도 지각이 있는 존재이기에 불필요한 고통을 줘선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의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닷가재 등 무척추동물은 동물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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