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잠든 ‘마한의 역사’… ‘용신’ 품은 고분군 깨운다
400년 백제묘장문화 양식 담겨
3호분에만 석실묘 등 41기 발견
금동관·금동신발 등 잇단 출토
유산청, 121억 들여 유지·보수
잠애산성·정촌고분 등 재단장
나주 =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기원전부터 6세기까지 존재했던 소국 연맹체 마한의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제작 기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성(현재 서울) 지역에서 융성했던 백제가 마한 토착 세력들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전래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동관과 금동신발 중 전남 나주 서부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은 더욱 특별하다.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고분군(반남 고분군·사적)에서 출토된 ‘나주 신촌리 금동관’(1997년 국보 지정)은 외관 일체가 온전히 남아있으며 무덤 주인을 최고지도자로 추정하게 한다.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복암리 고분군·사적) 인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2021년 보물 지정)은 앞코에 용머리 장식이 있어 ‘용신’으로 불리며 완성도가 높다.
국립나주박물관에 보관된 두 유물만큼이나 유물이 출토된 고분군의 가치도 크다. 이곳에서는 3세기부터 6세기까지 약 400년간 마한 토착세력과 백제의 묘장 양식이 고루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묘장 문화와 기술의 발전 과정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것. 이러한 마한 고분군의 특징을 실감 나게 재현해놓은 곳이 바로 나주복암리전시관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전시관에는 복암리 고분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3호분이 실제와 같은 크기로 재현돼 있었다. 한 변이 42m에 이르는 네모꼴의 고분 바깥에서 시작해 고분의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독널무덤(옹관묘)부터 돌방무덤(석실묘)까지 3호분 내 41기의 무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또 실제 출토 유물과 복제품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었다. 전시관 내 전망대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복암리 고분군과 금동신발이 발견된 정촌고분,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잠애산성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고분으로 이름난 신라의 고도 경주에 버금가는 절경이다.
역사적 가치와 경치에도 불구하고 전시관과 고분군 인근에선 방문객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전시관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복암리 고분군을 찾아가 보니 이유가 명확해졌다. 무성하게 자란 풀이 배후지와 고분의 경계를 흐렸고 탐방로도 감춰져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용신까지 출토됐으나 아직 사적으로 지정되지 못한 정촌고분은 수목이 우거져 누군가 고분이라고 일러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금동관이 출토됐던 반남 고분군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복암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반남 고분군 인근은 수목이 정리돼 있으며, 탐방로 조성에 경관 조명까지 설치돼 있었다. 무엇보다 인근에 국립나주박물관이 위치해 있어 방문객들의 접근성도 좋다. 이날 나주복암리고분전시관에서 만난 이수진 학예실장은 “복암리 고분군과 정촌고분, 잠애산성이 동시에 정비돼야 연계된 탐방이 가능해진다”고 짚었다. 인근 주민들의 생각도 같다. 복암리 고분군에 인접한 랑동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임방규 랑동마을 이장은 “연구하는 선생님들만 보기에는 아까운 유적인데 고분군 근처에 화장실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정도다”라며 마을 인근 편의시설 확충과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국가유산청 또한 전문가, 주민들과 같은 생각이다. 문화유산을 주변 환경을 포함하는 경관, 사람들이 생활하는 역사문화환경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역사문화권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마한을 비롯, 가야·탐라 등 9개 역사문화권을 대상으로 문화유산 인근 지역 자체를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산청에 따르면 선도사업으로 복암리 고분군 등 4개 지역에 약 12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오는 2026년까지 잠애산성과 정촌고분, 복암리 고분군을 연계할 수 있는 문화유산 보수·정비사업도 진행될 예정. 랑동마을 주민들도 선도사업 공모 초기부터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지지를 통해 기대를 키우고 있다.
유산청 관계자는 “복암리 고분군은 정비를 통해 인근 영산강 풍호나루터와 천연염색박물관까지 연계될 수 있는 최적지”라며 “정비사업을 통해 방문객이 늘어난다면 여러 가지 추가 사업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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