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탈출을 선언한 조르지 “남은 경기, 믿음에 보답할게요”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는 득점을 인정하는 휘슬에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두 주먹을 불끈 쥔 그의 포효에 팬들은 이름을 부르며 화답했다. 길고 길었던 연패를 끊어내는 동시에 자신의 슬럼프까지 털어낸 브라질 출신 골잡이 조르지(25·포항)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조르지는 지난 2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31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포항 스틸러스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포항이 승리한 것은 7월 21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원정 경기(2-1 승) 이후 처음이다. 그 사이 창단 첫 6연패라는 수렁에 빠졌던 포항은 조르지의 극장골로 오랜만에 팬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조르지는 기자와 만나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의 응원 덕에 이길 수 있었다. 감동적인 경기”라며 “모든 선수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수비하는 동시에 공격했다. 이 분위기로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르지는 포항의 모든 득점을 책임졌다. 조르지가 전반 5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을 파고 들면서 오른발 슛으로 강원 강투지의 자책골을 유도한 게 시작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1-1로 맞선 종료 직전 안재준이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패스를 방향만 바꾸며 결승골까지 책임졌다.
조르지는 “안재준이 날 보고 패스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슈팅을 잘못 때린 게 운좋게 나에게 연결됐다”면서도 “안재준에게 고맙다. 누군가의 실수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게 팀이다. 나도 골을 넣는 게 중요했다. 내 커리어에서 손꼽을 정도로 감동적인 골이었다”고 웃었다.
조르지가 자신의 활약상에 기뻐한 것은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의미도 담겼다. 지난해까지 K리그2(2부) 청주에서 뛰던 그는 올해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큰 기대를 받은 선수다.
실제로 조르지는 최전방에서 공격수에 필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으나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전반기 기록은 단 2골. 교체설까지 나돌았던 그가 팀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골 맛을 봤으니 한풀이 같은 포효 세리머니를 펼칠 법 했다.
조르지는 “1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 어떤 선수나 슬럼프는 오게 마련인데 가족과 친구, 동료 모두 나에게 믿음을 줬다. 그 덕에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 골로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도 믿고 기다렸던 조르지가 살아난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박 감독은 “한 경기 결과로 (슬럼프를) 털어냈다고 보는 것은 아직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힘들 떄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조르지는 “감독님의 가르침이 있어 올해 더 성장했고, 앞으로도 조언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조르지는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와 코리아컵에서 자신을 향한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인 ACLE는 본인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고, 코리아컵은 오는 11월 30일 울산 HD와 결승전만 남은 터라 우승컵이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 조르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하겠다”면서 “앞으로는 패배 없이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노록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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