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 셀비온 대표 "첫 국산 RPT 치료제 개발 자신…내년 조건부 허가 목표"
전립선암 치료제 'Lu-177-DGUL', 내년 1분기 2상 완료…국내사 중 가장 앞서
노바티스 '플루빅토' 대비 경쟁력 확인…美 임상 추진 방안 검토 중
"오랜 연구·개발 노하우를 통해 국산 방사성의약품 최초 전립선암 치료제 허가 목표를 달성하겠다."(김권 셀비온 대표)
방사성의약품(RPT) 전문기업 셀비온이 24일 수요 예측을 시작으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조기 허가를 위한 적극적 임상 투자·설계로 데이터 자신감을 기반으로 내년 국산 방사성의약품으로는 최초로 전립선암 치료제 허가를 획득한다는 목표다.
김권 셀비온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임 전립선암 치료제 'Lu-177-DGUL'의 임상 2상 투약을 내년 1분기 완료하고, 같은 해 조건부 허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 중이다"고 말했다.
2010년 설립된 셀비온은 김권 대표의 서울대 약학대학 동기인 정재민 당시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의 권유로 방사성의약품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정재민 교수는 세계핵의학회 국제정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핵의학회 핵과학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방사성의약품 최고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현재 셀비온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직을 맡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한 화합물을 인체에 투여해 질병 진단과 치료를 수행한다. 진단과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는 특징과 항암제에 특화된 기전에 많은 수요가 뒤따르는 중이다. 다만 그동안 기술적 한계와 상업화 품목 성공 부재에 잠재력 정도만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노바티스 '플루빅토'가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성을 입증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시장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전체 시장 규모 역시 2030년 30조원에 이르는 규모가 전망된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장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셀비온의 연구·개발 노하우 역시 빛을 발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셀비온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Lu-177-DGUL은 플루빅토와 같은 말기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전립선암은 암세포의 막에 PSMA라는 특정 단백질이 과발현된다. 방사성의약품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PSMA에 최적화된 리간드가 개발된 상태다. 현재 대다수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들이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배경이다. 다만 현재까지 허가를 획득한 품목은 플루빅토가 유일하다.
국내 임상 2상 중인 Lu-177-DGUL는 중간 결과를 통해 플루빅토와의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다. 임상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38.5%로 29.8% 수준의 플루빅토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방사성의약품은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 물질과 동위원소를 연결하는 링커의 구조 차별화에서 약물 유효성·안전성 차이가 발생한다.
셀비온은 경쟁업체들 대비 링커 구조를 차별화로 체내에서 빠르게 배설돼 방사성 피폭에 따른 정상 장기들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동등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한층 깐깐해진 상장 심사 속 올해 신약개발사로는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배경이기도 하다.
조기 허가를 위한 임상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또 다른 경쟁사 역시 같은 적응증을 보유한 RPT 치료제 2상을 진행 중이지만, 셀비온의 환자 수가 3배가량 많다. 이는 최종 결과의 객관성을 한층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권 대표는 "규제기관에서 효능을 인정하는 임상시험의 핵심 지표는 ORR인데 회사는 환자 수를 늘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임상 설계에 집중했다"며 "그만큼 투자가 필요했지만 조건부 임상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었고, 이를 통해 국산 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빨리 허가가 가능한 타임테이블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Lu-177-DGUL는 2021년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에 이어 지난해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품목으로 선정되며 조기 허가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2상 완료 후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Lu-177-DGUL 출시 첫해인 내년 33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뒤 2027년 429억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일한 경쟁 품목인 플루빅토의 90% 수준 가격 책정으로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국내 공급은 대형 병원을 공략할 수 있는 주요 제약사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통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권 대표는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미국·유럽 등에 기술수출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임상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멀지 않은 시기에 그 형태를 비롯한 가시적 성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생산이 가능한 GMP 외 동위원소 표지 공정은 국내 협력사에 현재 외주를 주고 있는데 2027년까지는 국내외 수요에 맞춰 cGMP 레벨에 맞는 표지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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