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적폐 취급하던 해외 자원개발, 한국만 뒤쳐진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2024. 9. 2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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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219개였던 해외 광물 개발사업, 작년 기준 84개로 축소
해외는 치열한 경쟁 펼치는데 한국만 역주행
정권 바뀔 때마다 뒤집기 안돼, 자원 정책은 '안정성'이 핵심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에너지 및 광물 자원 수입의존도가 2022년 기준 92.5%에 이른다. 자원 확보는 국가 경쟁력 및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데도 과거 정부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적폐로 규정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자원 신규 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어렵게 확보해 놓은 해외 광산마저 모조리 내다 팔거나 그냥 포기하고 철수시켜 버렸다.

세계 원자재 공급 위기가 닥쳐오자 손바닥 뒤집듯 해외 광산 매각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이상 장기화 되고 하마스-이스라엘 간 전쟁 등으로 원자재 품귀와 가격 대란이 현실화 되자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불은 번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국내 제조업에 필수적인 각종 원자재 가격은 이미 상승세였다. 현재는 가격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구리, 철광석뿐만 아니라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소재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가격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일 고공행진을 했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로 낙인찍은 과거 정부는 해외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한국광물자원공사(광물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미국 로즈몬트 구리광산, 칠레 산토 도밍고 구리광산 등 3개 광산과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인 캡스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4개 해외자산 매각 금액은 처분 당시 환율 기준 약 4800억원으로 누적 투자 금액(약 5600억원)보다 14% 가량 적었다. 이후 광물공사는 해체돼 2021년 9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됐다.

광업공단의 주된 사업 중 하나는 해외 지분 매각이다. 이러다 보니 이명박 정부 때 219개였던 해외 광물개발 사업은 2023년 말 기준 84개로 축소됐다. 세계 주요국들은 사활을 걸고 자원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역주행하는 꼴이다. 한국과 달리 해외 각국은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안티모니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중국의 자원무기화는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안티모니는 고성능 전자기기, 항공 우주, 방산 산업 등에 사용된다. 중국은 안티모니 세계 최대 매장국이자 생산국이다. 중국으로부터 안티모니를 공급받으려면 중국 상무부의 이용 용도 심사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선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일본은 리튬, 니켈 등 희소 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최대 출자 한도를 50%에서 100%로 늘렸다.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투자 위험을 모두 감당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의 광산 채굴권을 장악하고 코발트 생산을 두 배로 확대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유독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지원 예산 중 특별 융자 예산을 삭감했다.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 특별 융자 예산은 올해보다 2.0%(8억원) 삭감된 390억원을 편성했다. 해외 자원개발 특별 융자 지원은 민간기업이 유전, 가스전, 핵심광물 등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할 때 투자액의 50%이내에서 융자를 해주는 예산이다.

원래 정부 방침은 에너지, 광물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민간 중심의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4년 2006억원에 달했던 이 예산은 2017년 1000억원으로 축소 편성되었고 급기야 2020년에는 369억원으로 3본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논란에 공공기관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크게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해야 하는 해외 자원개발을 단기간 내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나쁜 사업으로 취급한 게 더 큰 문제다.

해외 자원개발은 지금 진출해도 10년 이후에나 수익이 발생하는 고위험 사업이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책임감과 전문성이 없이는 뛰어들 수 없는 사업이다. 지금처럼 해외 자원개발 수요가 위축될수록 우리 입장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최근 세계은행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저탄소 및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으로 향후 30년간 금속자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금속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개발도상국 중 3분의 2 이상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속 및 원자재 전망은 개발도상국들의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높은 가격에 사업에 참여하고 낮은 가격에 사업 철수가 반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지속 가능하게 추진하지 못했고, 관리도 미흡했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와 광물 자원 정책은 어느 기간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함에도 우리는 정권이 바꿜 때마다 자원 정책이 수정되거나 폐지되곤 했다.

자원 정책의 핵심은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자원 가격은 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꾸준한 분석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잘 파악하여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원 개발은 정치의 영역에서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산업의 수요와 공급 등을 분석하는 산업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전문 인력 양성, 기술개발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자원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원 외교 등을 통해 지원하며 자원 개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 확보의 의지가 있다면 꾸준한 예산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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