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영광 향한 별들의 각축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6일 베이즈베스트 청라서 총상금 15억 놓고 열전 시작
'올림픽金' 리디아고·이민지·박현경·윤이나 등 우승 후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스물다섯 번째 대회로 펼쳐지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국내외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2009년 창설돼 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불리다 이후 이름을 바꿔 2018년까지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정통성을 계승했다. 2019년 현재의 명칭으로 KLPGA 투어 대회로 돌아와 올해로 6회째 열리게 됐다. 오랜 역사와 권위를 가진 만큼 매년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이어지며 투어를 대표하는 대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올해도 국내 최고의 선수들은 물론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를 포함한 총 108명의 선수들이 출동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인천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는 총상금 15억 원이 걸려 있다. 우승 상금은 2억 7000만 원이다. 상금 규모로만 따져도 KLPGA 투어에서 두 번째로 큰 대회다.
KLPGA 투어 대회로 복귀한 2019년과 2020년에는 인천 영종도의 클럽72(옛 스카이72)에서 개최됐고 2021년 포천 아도니스CC를 거쳐 2022년부터 3년 연속 베어즈베스트 청라 미국·유럽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게 된다.
스타플레이어로 가득···화려한 역대 대회 우승자 명단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의 역대 우승자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KLPGA 투어 통산 15승을 거두고 있는 장하나가 2019년 우승의 영예를 안았고, 2020년에는 현재 LPGA 투어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나린이 정상에 올랐다. 2021년에는 송가은이 생애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기록하고 그해 신인왕 타이틀을 꿰찼다. 이듬해에는 김수지가 직전 대회였던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가을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얻었다.
이다연이 우승한 지난해에는 이 대회 역대 최고라 할 만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당시 최종 라운드를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시작한 이다연은 3타를 줄여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승부는 치열했다. 1차 연장에서는 이다연과 호주 동포 이민지가 파를 적어냈고 보기에 그친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이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2차 연장에서는 이다연이 먼저 보기를 적어내며 패배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민지가 약 1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3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치열했던 승부의 최종 승자는 3차 연장에서 결정됐다. 이다연은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이민지를 돌려세웠다.
KLPGA 최고 대회 타이틀 노리는 LPGA 최강자들
올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던 4명의 LPGA 투어 스타들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선봉은 금메달리스트 리디아 고다. LPGA 투어 통산 20승의 리디아 고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메달과 함께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에 모자랐던 포인트 1점을 마저 채웠다. 2016년 박인비가 세웠던 명예의 전당 최연소 가입(27세 10개월)도 27세 4개월로 경신했다. 리디아 고는 이 기세를 이어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이번 대회 우승도 삼키겠다는 각오다. 리디아 고는 이번이 네 번째 출전이다. 2019년 공동 33위, 2021년 공동 5위에 오른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는 부진 속에 컷 탈락의 고배를 들었기에 명예 회복을 벼르고 나온다.
역시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이민지도 남다른 각오로 출사표를 냈다. 2022년 US 여자오픈과 2023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LPGA 통산 10승에 빛나는 이민지는 지난해 연장전 패배 대신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출격한다.
이외에 올해 초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와 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연속 우승한 타와타나낏도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 대회를 찾는다. 올해 LET 투어 아람코 팀 시리즈 코리아에서 우승한 김효주도 파리 올림픽 메달 불발의 아쉬움을 안방에서 씻어낸다는 각오로 우승에 도전한다.
한 번도 우승 내주지 않은 ‘안방 불패’ 이어질까
해외파에 맞서 국내 선수들이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KLPGA 투어 대회로 치러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번 치러진 동안 국내파는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내주지 않았다. 미국 LPGA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유명 선수들이 즐겨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안방 불패’ 행진이 이어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국내 선수의 대표주자는 올 시즌 3승으로 상금 순위와 대상 포인트에서도 선두권을 달리는 박현경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 ·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긴 우승 가뭄에서 탈출한 박현경은 올 시즌 8월 넷째 주 현재까지 출전한 17개 대회에서 3개의 트로피를 수집하며 ‘대세’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아직 이 대회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한 탓에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큰 것도 박현경을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다.
장타 스타 윤이나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2022년 한국 여자오픈 경기 도중 오구 플레이와 관련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올해 4월 투어로 복귀한 윤이나는 2년에 가까운 공백이 무색할 만큼의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8월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022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이후 약 2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수확하고 대회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큰 대회에 강한 디펜딩 챔피언 이다연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올 시즌 상반기 부진했던 이다연은 7월 이번 대회가 치러지는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린 롯데 오픈에서 시즌 첫 톱10 입상을 기록하며 부활의 채비를 마쳤다. 미국·유럽 코스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와 달리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이지만 이다연의 자신감은 어느 대회보다 크다.
찬바람이 불면 강해지는 김수지도 빼놓을 수 없다. 통산 5승을 모두 하반기에 거둬 ‘가을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수지는 2022년 이후 또 한 번의 이 대회 우승을 노린다.
‘진심’으로 기대주들 빚어낸 골프계 큰 손
하나금융그룹은 스포츠계에서 ‘큰 손’으로 불린다. 스포츠를 통한 고객과의 만남,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추구한다. 프로 종목인 축구, 여자 농구와 테니스는 물론이고 비인기 종목인 루지, 롤러스케이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후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미래 세대를 이끌어 나갈 유망주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유망주 선수를 후원하며 하나금융골프단을 구성해 세심한 부분의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같은 하나금융그룹의 지원 속에 성장한 유망주들은 국내외 투어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리디아 고는 과거 하나금융그룹과의 후원 계약 후 2주 만에 게인브리지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박은신 선수는 12년 만에 데뷔 첫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금융그룹이 소중하게 빚어낸 10대 유망주들이 성장해 후원사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노린다. 이효송이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하고 7월에 JLPGA 최연소 프로골퍼로 전향했다. 이와 함께 3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 아마추어로 참가해 단독 3위를 차지하며 골프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오수민,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무대에서 활약 중인 에스더 권이 프로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아마추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원큐’ 앱으로 티켓 판매···친환경 가치 더해
하나금융그룹은 대회장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하나글로벌캠퍼스 광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갤러리플라자를 조성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위한 푸드트럭, 키즈 놀이 공간, 식음 및 휴식 공간, 갤러리 참여 이벤트 공간 등 테마별 공간 구성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대회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대회장을 방문하는 갤러리들에게 무료 입장의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과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베어즈베스트 청라 방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환경 친화적인 대회로 치르기 위함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종이 티켓 발행을 줄이기 위해 갤러리 티켓을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사전 판매한다. 하나은행 계좌가 없어도 하나원큐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하나원큐를 통해 하나카드로 결제하는 입장객들을 대상으로 전월 실적 및 신용, 체크카드에 관계없이 30%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현장 티켓 구입 시에도 하나카드로 결제 시 20% 할인해주고, 주민등록주소 기준 인천광역시 거주자에게는 현장에서 입장료를 20% 내려 받는다.
소문 자자한 난코스···12번 홀을 지켜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열리는 베어즈베스트 청라는 국내 골프장 중에서도 난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메이저 최다승인 18승을 수확한 ‘살아있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는 긴 러프와 빠른 그린 그리고 수시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자리 잡은 탓에 정교한 샷이 코스 공략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다연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 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킨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이다연은 전체 21위(237야드)를 기록한 드라이버 샷을 80.36%나 페어웨이에 안착시켰고 그린 적중률 80.56%로 아이언 샷도 정교했다.
가장 눈여겨볼 홀은 우승자 이다연도 애를 먹었던 12번 홀(파4)이다. 401야드인 이 홀의 지난해 대회 평균 스코어는 4.3타였다. 4라운드를 통틀어 버디가 25개 밖에 나오지 않았고 보기 106개, 더블보기 7개에 트리플 보기도 1개가 나왔다. 이다연도 1~3라운드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나의 골프, 그리고 나라는 선수를 더욱 알릴 수 있게 된 대회”
KLPGA 투어 통산 8승을 쌓았지만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디펜딩 챔피언’ 이다연에게 다른 대회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그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저의 첫 연장전이기도 했고 또 우승까지 할 수 있어 감사한 대회였던 것 같다”며 “우승 이후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저에게는 나의 골프를 그리고 나라는 선수를 더욱 알릴 수 있게 된 대회”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열리는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도 이다연에게 각별하다. 그는 통산 8승 가운데 2승을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거뒀다. 2019년 한국 여자오픈은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였고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미국·유럽 코스였다. 올해 7월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에서 열렸던 롯데 오픈에서는도 공동 9위에 들며 코스와의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
“몰랐는데 베어즈베스트 청라의 3개 코스 모두에 걸쳐 우승했었다”는 이다연은 “전에는 이 코스가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좋은 추억들이 가득한 코스라는 생각이 먼저 난다.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코스와 궁합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도 높은 코스임에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길이도 길 러프가 질긴 편이기 때문에 샷에 중점을 많이 두어야한다. 누가 더 좋은 샷으로 찬스를 많이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승수가 점점 쌓이면서 이다연은 예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게 되는 경험이 많아지면서 부담을 갖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 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욕심은 내려놓고, 해야 하는 것들에 더욱 집중해보려 한다.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다연은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수도권인)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하는 경기라 많은 갤러리분들이 찾아와주실 것 같은데요. 선수들이 준비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음껏 즐기며 응원으로 함께해주세요. 멋진 대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잘 준비할게요. 곧 뵐게요.”
2008년생 여고생 이효송 “이제 프로랍니다”
한국 여자골프에 혜성처럼 등장한 열여섯 살 소녀가 있다.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소속인 이효송이다. 팬들에게 이효송은 ‘깜짝’ 등장이지만 골프계에서 그는 이미 소문난 신동으로 유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상파 방송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고 지난해 강민구배 한국 여자아마추어를 2연패했으며 아마추어 신분으로는 마지막 출전이던 올해 7월 주니어 오픈 챔피언십(영국)에서 정상에 섰다.
특히 올해 5월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는 여러 기록을 쏟아내며 트로피를 품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15세 176일의 J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 12년 만의 JLPGA 투어 우승, 한국 선수로 4년여 만의 JLPGA 투어 메이저 정복, 마지막 날 7타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승 등의 숱한 기록을 남겼다.
최근 프로로 전향해 JLPGA 투어에서 뛰게 된 이효송은 메인 후원사가 주최하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프로’ 이효송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샷과 퍼트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올해 1월 하나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은 그는 “올봄에 하나금융그룹 소속 선수들과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라운드를 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그린이 어렵다고 느꼈다”면서 “공격할 때는 과감하게 공격하고 지킬 때는 안전하게 지키는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출전인 만큼 목표도 분명하다. 이효송은 “스폰서 주최 대회라 떨리기도 하고 설렘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꼭 톱10에 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골프먼슬리]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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