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후보, 무색한 '중립성'…직선제 의문 커져[서울교육감 보선③]
야권에서도 "이럴 바엔 정당 이름 걸고 겨루자"
추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후보에 대한 피로감
짙어지는 편향성에 자연스레 선거제 개편 논의
정당 개입 가능성에 "위헌 소지" 반론도 상당해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무관심이 문제라는 지적처럼, 선거가 시작될 때 나오다가 끝나면 관심이 식는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그간 러닝메이트제를 주장해 왔던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이젠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23일 교육계 등을 종합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본격화되자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논의를 재개했다.
지난 4일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의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러닝메이트제는 임명제에 가깝다. 직선제를 폐지하되, 광역시도지사가 선거에 출마하면서 교육경력 5년 이상의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고 당선되면 임명하는 형태다.
직선제 도입 후 첫 선거가 치러진 2007년부터 무관심, 고비용, 이에 따른 후보자들의 범법 행위와 정치적 중립성 취지에 어긋나는 정파 대결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의원은 이 뿐만 아니라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성향이 다를 경우 생기는 '엇박자'도 문제 삼았다.
러닝메이트제는 직전 교육감 선거가 끝난 이듬해인 지난해 초 교육부도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던 바 있다. 비록 방식은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미뤄뒀지만, 도입 이유는 김 의원 취지와 같다. 일반자치와 교육자치 간의 '파트너십(협력)' 담보다.
직선제 도입(2006년 참여정부)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그간 이런 주장에 반대해 왔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는 헌법 31조에 부합하는 방식은 별도의 직선제라는 목소리가 주류였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러닝메이트로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정당 공천을 아예 공개적으로 해서 하자 하는 것은 좀 고민은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그분(교육감 후보)들이 플래카드나 홍보를 할 때도 알게 모르게 색깔도 그쪽으로 쓴다든지 뭔가 그런 방법들을 쓴다"며 "이럴 바에 차라리 정당의 이름을 걸고 겨루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를 두고 야권 한 관계자는 "곽노현 후보와 조전혁 후보 때문"이라며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 유력한 주자로서 나오면 안 될 분들이 나와서 본인은 정당하다고 하며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니 이참에 선거 제도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 유죄가 확정,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직을 잃었다. 2010년 6월 선거를 앞두고 사퇴한 상대 후보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다. 2019년 말 신년 특별사면을 받았고, 피선거권 제한 역시 사면과 무관하게 10년이 지나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는 자신의 출마를 문제 삼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부당한 선거 개입 혐의(교육자치법 위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등판을 "시민의 상식선에서 볼 때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선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벌금 100만원을 넘지 않아 직을 지켰고 출마에도 차질이 없다.
다만 그는 지난 2010년 4월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져 수억원을 물어줬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 후보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을 두고 '미친X'이라 지칭한 녹음 파일이 공개돼 홍역을 치렀다.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라는 점도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 논의가 활기를 띈 이유로 꼽힌다.
시장 선거와 별도로 치러지고, 수도 서울의 교육 수장을 뽑는 상징성이 있다. 마치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처럼 여야 양당의 '민심 풍향계' 성격도 있다는 평론도 많다. 관심이 많아진 만큼 제도의 흠결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후보자에 대한 피로감과 집중된 관심 탓에 선거제 개편 논의가 활발해진다고 해도 실행에 닿을지는 미지수다.
제도가 고쳐지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다. 고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에서 상임위 차원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있느냐 묻자 "정당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반론도 만만찮다. 러닝메이트제, 정당공천제를 두고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만약 낙선자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도 "정당의 바램이나 흐름을 택하지 않는 교육감은 일종의 공천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 교육의 논리가 정치 논리에 묻힐 수 있다"고 했다. 직선제를 유지하되 교육청과 광역시도 간 협력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가 정당이 참여하는 일반 직선제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생긴 문제"라며 "개인이 쓸 수 있는 선거 비용을 크게 제약하는 등 정당을 끼지 않는 교육감 후보 상황에 맞는 선거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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