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해법 나올까···하루 앞 다가온 윤·한 만찬에 주목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따로 만나 의료공백 사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문제 등 정치 현안을 두고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음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진행한다.
우선 윤 대통령의 최근 체코 방문 성과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체코 대통령·총리 등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글로벌 원전 동맹' 구축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내년 최종 계약을 앞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사실상 마무리 짓는 성과를 거뒀다. '특검법' 등으로 여권을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대야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찬이 예정된 가운데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따로 만나 정치 현안을 논의할지 여부에 집중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만찬 전 별도 접견을 요청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에 관해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상황을 좀 보자"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만찬에는 참석자가 많으니 한 대표가 그 전에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시간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독대하면 별도 대화 창구가 열려 있음을 보여주면서 최근 윤·한갈등, 당정 관계 악화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만찬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추석 민심을 듣는 게 먼저"라며 일정을 미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독대가 성사되면 '의료공백 사태' 해법에 관한 대화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지지율 동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여권이 풀어야 할 공통의 숙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장 차이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 모든 안건을 올려놓고 대화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2025년 의대 증원 불가' 방침이 확고하다. 이미 내년도 수시모집 등 입시 절차가 진행된 상황에서 증원 규모를 수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 입장에 반발해 추석 전 협의체 참여가 "시기상조"라고 밝힌 뒤 아직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 교체를 요청할 것을 건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의료개혁 당정협의회에서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일부 관계자들의 다소 상처 주는 발언이 있었는데 여당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던 것에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관계자가 '경증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 2차관을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부모, 수험생을 고려하면 이미 수시 모집이 진행된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장·차관 교체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이) 양보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의료계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한마디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만찬이나 독대는) 당에서 소신 있게 말하고 윤 대통령이 듣는 자리가 돼야 한다. 당이 갈등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윤 대통령의 20%대 지지율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갈등 봉합에 급급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당이 그대로 받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자진사퇴 형식으로 2차관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안"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여당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 공개 행보 자제, 행보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 여사·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달 24일이나 다음달 1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여당도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동시에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민의 정치적 피로도를 감안하면 김 여사 사과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한 대표도 김 여사 사과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 4명이 모두 말했듯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여론을 생각하면 김 여사 사과 등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짧은 독대 시간을 감안하면 의정갈등 외에는 별다른 논의가 오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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