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두통, 꾀병 치부 안 돼… 생활습관부터 바꿔보세요” [부모 백과사전]
여성에 많은 편두통, 11∼12세 때 급증
원인 불명확… 만성 땐 삶 전반 악영향
주변에선 정신력 강조… 되레 악순환만
단기적 약물 치료 함께 평생 관리 중요
수면 질 높이고 땀 날 정도 운동 좋아
수분 섭취·영양·심리 관리도 중점 둬야
“두통은 크게는 일차 두통과 이차 두통이 있습니다. 뇌종양 등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이차 두통’과 달리 일차 두통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두통 그 자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편두통은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2차 성징이 나타나는 11∼12세에 급격하게 유병률이 올라갑니다. 이후 폐경기가 되면 또 드라마틱하게 줄어듭니다. 인생을 꽃피우는 시기에 두통으로 고통받는 거죠. 특히 성장이 이뤄지는 10대에 두통이 생기면 학업뿐 아니라 향후 인간관계, 사회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인생 전반기가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전체적인 삶이 망가지게 됩니다.”
“이차 두통은 피검사, CT, MRI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이 발견되니 치료도 받고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을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차 두통은 검사를 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으니 ‘공부하기 싫어서, 게을러서 핑계를 댄다’고 치부합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을 일이 뭐가 있냐’고 하는데,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지만 편두통은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편두통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경향은 있다. 최근에는 편두통 유발물질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환자가 통증이 발생할 때 피검사를 해보니 쏟아져 나왔다가 증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유발물질이 확인됐다. 그렇게 발견된 두통 유발물질이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외 5개가 있다.
이후 항CGRP표적치료제가 나오며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두통 치료는 항CGRP표적치료제 개발 전, 후로 나뉠 정도다. 소아 임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10세 이상, 40㎏ 이상이라면 처방이 가능하다.
나 교수가 생활습관교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항CGRP표적치료제가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70% 정도에서는 효과가 없고 아직도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머리를 벽에 찧는 등 자해할 만큼 통증에 몸부림치는 환자들이 있다. 새로운 유발물질이 발견되고, 이에 대한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그 치료제가 다시 소아 임상까지 끝내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데, 약 개발만 바라보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나 교수는 고통에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때로는 묵직한 ‘팩트 폭행’으로 정신을 다잡게 해준다.
두통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약물치료 외에 수면, 수분 섭취, 영양, 운동, 심리관리 등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나지훈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추천하는 식이습관은 저혈당지수 식이요법(LGIT·Low Glycemic Index Treatment). 그는 인터넷 카페 퍼플뷰티스(Pruple beauties)를 통해 구체적인 식단을 소개하고 있다.
LGIT는 극단적 뇌전증 식단, 즉 케톤생성 식이요법(케톤식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1900년대 초반에 나온 케톤식이는 극단적으로 높은 지방 비율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과흥분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썼다. 이는 우리 몸의 다른 기관은 탄수화물, 즉 포도당만 에너지로 쓰는 데 반해 뇌는 포도당이 떨어지면 지방을 대사로 바꿀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 착안한 방법이다. 뇌전증 뇌세포는 포도당 대사를 주로 하고, 지방 대사는 거의 못 하기 때문에 뇌전증 세포의 에너지원을 끊어버리는 차원에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그 대체재로 지방의 비중을 확 늘린 것이다. 정상적인 뇌세포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뇌 흥분도를 높이지 않으며 지방으로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셈이다.극단적 케톤식이 이후 지방과 탄수화물 비율을 조절하며 뇌전증 외에 다양한 다이어트에 적용 가능한 식단으로 MCT(Medium-Chain Triglyceride diet), MAD(Modified Atkins Diet), LGIT 등이 나왔다. 최근 ‘조속노화’ 식단도 유사한 맥락이다. LGIT는 지방의 비율은 50∼65%까지 줄이고 통곡물 등 ‘혈당스파이크’가 없는 식품으로 구성된 탄수화물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대부분 탄수화물 65%, 단백질 15%, 지방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