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이 띄운 ‘두 개의 국가론’…‘신중론 vs 현실론’ 민주당 내 논쟁 가열
여권 ‘색깔론’ 이용 우려도
일각 “남북 상황 고려” 주장
11월 관련 토론회 개최 예정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띄운 ‘남북 두 국가론’을 두고 야권 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오는 11월 이와 관련된 토론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 전 실장의 제안을 두고 “남북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적 장기공존 후에 통일 문제를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의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조연설에서 “통일을 하지 말고 평화를 선택하자”며 남북이 일단 개별 국가로 공존하자는 두 국가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당 일각에서는 “성급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을 오해해 ‘통일하지 말자’ 등 냉소적인 접근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 나온 신중론은 임 전 실장의 제안이 ‘색깔론’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김준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반헌법적 종북 발언”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임 전 실장 발언 다음날인 지난 20일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두 국가론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남북관계 등 상황을 고려하면 임 전 실장의 제안은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민주당의 강령 개정 토론회에서 두 국가론을 거론한 이연희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 핵 문제가 고도화되는 등의 문제를 보면 단순히 통일하자며 남북 교류를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남북관계에 대한 남남 갈등도 너무 심하기에 1㎝라도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사이좋은 이웃 국가로 지내자’는 수준에서 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두 국가론과 관련된 토론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당초 8월에 토론회를 하려 했으나,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하자는 의견이 있어 11월쯤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모셔서 얘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대선을 겨냥해 남북 정책도 준비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서라도 당내 논의나 여론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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