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건전성 관리 ‘이중고’[IFRS17 이후 첫 금리인하]③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2024. 9. 2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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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p 하락 시 보험사 킥스 30%p 감소”

[편집자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보험업계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맞게 된다. 이같은 변화는 보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10개 보험사 CEO,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보험개발원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4.8.28/뉴스1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보험사 건전성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이나 지급여력비율 제도 등 정비를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는 기준금리 인하에 제도개선까지 건전성 관리에 ‘이중고’가 예상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 이하 킥스) 비율은 223.6%로 전분기 232.1% 대비 8.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222.8%로 10%포인트 하락했고, 손해보험사는 224.7%로 6.7%포인트 줄었다.

보험사의 가용자본은 262조2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6000억 원 증가했고, 요구자본은 117조2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4조6000억 원 늘었다. 요구자본이 급증하면서 킥스 비율이 악화했는데 이는 시장리스크 등의 악화 탓이다.

지난 1분기 보험사 킥스 비율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 증대되고 있는 만큼 취약 보험사 중심으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는 킥스 비율 하락으로 보험사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보사 킥스 비율이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3월 기준 보험사별 킥스 비율은 한화생명 173.1%, KDB생명 129.2%, 푸본현대생명 182.8%, ABL생명 160.6%, 하나생명 154.7%를 기록했고, 현대해상 166.9%, 롯데손해보험 184%, 하나손해보험 129.3%, MG손해보험 52.1%로 나타났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능력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은 킥스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예상대로라면 금리인하 시 이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일부 보험사는 10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선제적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오는 24일 6000억 원 규모로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할 예정이고, 흥국화재가 오는 26일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에도 메리츠화재 6500억 원, 한화손해보험 3500억 원, KDB생명 2000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앞으로 보험사의 자본확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IFRS17 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IFRS17 개선안에는 금융당국이 앞서 꾸준히 밝혀 온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이나 지급여력비율 제도 정비 등이 예상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보험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IFRS17 회계제도 도입을 기화로 오히려 단기성과 상품의 출혈경쟁을 펼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IFRS17 제도 도입 이후 첫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한 수익증대와 부채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 개선과제 검토를 10월까지 마무리하고 보험개혁회의에 상정해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 손질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 상 할인율 기준을 국고채 20년이 아닌 30년물 금리로 바꿀 것으로 예고했다.

문제는 자산 수백조원의 보험사 수요를 충족할 만큼 국고채 30년물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기준 할인율을 적용하면 보험부채는 증가하고, 순자산은 감소한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내리면 보험사의 부채변동이 더 크게 발생해 만기별 현금흐름 매칭 등 더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며 “금리하락에 따른 자본관리를 위해 장기채권 매수뿐 아니라 공동재보험 등 다양한 자본관리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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