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국가자산인 기업과 가계 살리겠다"…역할 커진 캠코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정리=김도엽 기자 2024. 9. 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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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권남주 캠코 사장 "'대체할 수 없는 든든한 정책 파트너' 자신"
권남주 캠코 사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위기에만 등판하는 구원투수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부실자산 인수와 정리도 확대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재기하도록 '재도약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권남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캠코 역할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해온 부실자산과 국유재산 관리를 넘어서 가계와 기업의 재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캠코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새로운 역할의 대표적인 예가 '새출발기금'이다. 권 사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월 취임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캠코가 새출발기금의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새출발기금 대표이사를 맡아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 8만3000여명, 13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진행 중이다.

권 사장은 캠코가 공적 기금, 배드뱅크 등 국가경제 안전망 역할에 더해 '대체할 수 없는 든든한 정책 파트너'가 됐다고 자신했다. 금융권에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불거지자 캠코는 'PF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캠코PF펀드) 운용도 전담하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권 사장은 "새출발기금, PF사업장 지원 펀드 등은 국민은 물론 정부, 금융사,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며 "캠코에 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해 국가 경제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추석이 끝난 직후 권 사장을 만나 캠코의 더 커진 역할을 들어봤다. 다음은 권 사장과의 일문일답.

-캠코(사명변경 후) 내부 출신 첫 사장이시다. 캠코 출신 사장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셨을텐데.
▶캠코에서만 27년을 근무하다 보니 많은 장점이 있다. 취임 보고 때 전체 부서를 통틀어 기획조정실에서 딱 한 장만 준비했다. 일선 부서들은 보고에 공들이지 말고 하는 일을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대신 직원들에게 '자산관리공사'라는 이름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애썼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부동산으로 취급돼왔지만, 사실은 가계와 기업이다. 기업과 가계가 살아나는게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 회복되는 일이고 이를 지원하는 게 캠코의 역할이라고 봤다. 국가의 부동산을 관리하던 일은 계속하되, 한국의 진짜 자산인 국민과 기업을 되살리는 업무를 더 하고 싶었다.

-새출발기금이 대표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출범 초기에는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 지원 등 여러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병행되면서 새출발기금의 신청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다. 새출발기금 협약기관에서 대부업체들이 빠진 점이 아쉽지만 최근에는 상호금융권에서도 가입기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 2월 코로나19 피해 증명 요건을 폐지하는 등 지원대상을 확대한 이후 신청 채무자나 채무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지난 12일부터는 신청기간을 연장하고 부실폐업자 원금감면율을 우대하는 등 꾸준히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새출발기금 확대를 위해 현행 10억원인 담보대출 지원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10억원 한도는 출범 당시 기존 제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부채액이 1억2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한도를 유지하더라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부분이 포함된다. 한도 증액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우려도 있다. 실제 과거에는 신청 다음 날부터 추심이 중단되는 부분을 이용하는 고객도 소수 있었다. 현재는 시스템을 활용해 도덕적 해이 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캠코PF펀드' 운용도 담당한다.
▶지난해 10월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후 지난 8월말까지 5개 사업장에 약 23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캠코PF펀드는 다양한 금융업권 외에도 건설사, 시행사, 신탁사 등 다양한 기관들이 투자자로 참여해 진성매각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그렇기에 펀드 투자 시 즉각적인 사업재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부동산PF 시장 안정화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 금융사에 이익을 주려는 게 아니라 공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재기를 지원하는 의도다. 살아난 사업장들이 시장에 시그널을 주고 있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보면서 펀드 규모를 늘릴 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2금융권의 부실이 커지며 NPL(부실채권) 매각 필요성이 커졌다. 캠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올해 들어 8월까지 약 3만9000여명의 제2금융권 부실채권 약 5758억원을 인수했다. 부실채권 인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가격이다. 캠코는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 밸류에이션 평가를 전문 회계법인에 맡긴다. 캠코가 지정한 회계법인, 상대측이 지정한 회계법인이 함께 선정해 매각가를 협의한다. 또 인수 시 매입대금을 확정해 인수하는 확정가 방식과 매입대금을 초과하는 회수금을 추가로 배분하는 잔여이익배분 방식 중 선택권을 제공하며 금융사의 손실 발생을 최소화한다. 부실채권 인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부터 총 6000억원 규모의 '새마을금고 금융안정지원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기업 재기 지원을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도 4호부터 맡아서 하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을텐데.
▶지난해 말 1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는 중소기업 등 6개 기업에 885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회생 절차에 들어선 중소기업 A사에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 중이다. 캠코 자체 기업지원 프로그램인 DIP금융으로 운전자금 등을 20억원 추가로 지원해 A사는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고 현재 경영 정상화에 돌입했다. 증가하는 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해 올해도 약 1조원 규모의 5호 펀드를 추가로 조성 중이다. 지난 8월 운용사 6곳을 선정했고 연내 펀드 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역할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은 있는지.
▶올해 부채비율이 222% 수준으로 상승하는 이유는 캠코가 여러 정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일시적인 부채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캠코채를 1조6000억원 발행해서 사업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부실채권 회수를 강화하기 위해 회수 목표를 상향했고 여러 사업 중 현재 경기 상황에 맞는 사업을 우선 투자하고 있다.

-제2차 국유재산 총조사로 발굴한 17만여 필지는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올해 초부터 각 중앙부처에 유휴 추정 국유재산을 통보하고 의견을 듣고 있다. 실제 유휴 상태가 확인되면 지체없이 용도폐지를 해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전환할 예정이다. 최근 3개년 동안 매년 평균 1만3000여 필지가 매각됐다. 총 대장가는 4조460억원에 달한다. 매각 사업목표를 상향해 국가 재정수입 증대와 민간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계획이다.

-올해로 캠코가 부산에 온 지 10년째다. 어떤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 10년새 임직원 수가 5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조직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바탕에는 부산지역 사회가 보내준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캠코도 부산과의 상호 발전을 위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신입사원 102명중 34%가 부산 지역 인재다. 또 신규 채용 직원의 안정적인 부산 정착을 위해 '제2기숙사'를 설계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생과 주민들도 거주할 수 있는 청년 공유형 사택이 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캠코는 부산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범사례가 되도록 할 것이다.

새출발기금 신청 현황/그래픽=김지영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정리=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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