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폭염에도 빛나는 ‘추석 보름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 추석은 유례없는 폭염 탓에 차례를 힘들게 마쳤다.
해 질 무렵 잠시라도 더위를 식히려 바닷가를 찾았다.
해가 서서히 저물며 사람들이 일몰에 정신이 팔려있는 순간, 동쪽 하늘에서는 희미하게 보름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름달을 먼저 보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이 떠올라 달을 쳐다보면서 부모님의 건강과 곧 군대에 가는 막내의 무탈함을 기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추석은 유례없는 폭염 탓에 차례를 힘들게 마쳤다. 해 질 무렵 잠시라도 더위를 식히려 바닷가를 찾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동네 사람만 찾지만 귀성객들이 몰리면서 갑자기 붐볐다. 무더위 속에 그나마 바닷바람이 불어와 고단함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해가 서서히 저물며 사람들이 일몰에 정신이 팔려있는 순간, 동쪽 하늘에서는 희미하게 보름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름달을 먼저 보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이 떠올라 달을 쳐다보면서 부모님의 건강과 곧 군대에 가는 막내의 무탈함을 기원했다.
폭염이 전국을 휩쓸자 민족 대명절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동네 전통시장은 평소 활기찬 모습 대신 적막감이 감돌았다. 상인들은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듯 제수 진열을 최소화했다. 특히 명절 아침부터 북적였던 전통시장은 이번 추석에는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들은 혹여 폭염으로 음식이 상할까 우려하며 소비를 줄였다. 하지만 전집 앞에는 차례상에 올릴 전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운 날씨에 기름 냄새를 맡으며 전을 부치는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그들의 모습에서 명절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희미했던 달이 고요한 밤하늘에 유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해와 달이 주기적으로 뜨고 지듯, 계절 또한 순환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다. 시간이 흐르면 밤하늘의 별들이 자리를 바꾸듯, 우리의 삶도 작은 변화들이 모여 성장한다. 바쁘더라도 잠시 짬을 내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자. 과거의 날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를 꿈꿀 때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상민과 50초, 한동훈과는 잠깐... 윤 대통령 악수에 담긴 뜻은 | 한국일보
- "연예인 아니세요?"…노홍철, 비행기 좌석 교체 요청 수락했다가 봉변 | 한국일보
- 검찰 넘겨진 '의사 블랙리스트' 작성자, 32명 중 30명이 현직 의사였다 | 한국일보
-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외국인 사육사 숨진 채 발견 | 한국일보
- 함소원 "전 남편 진화 재혼? 언젠간 떠날 것" | 한국일보
- "3m가량 가라앉아"… 서울 잠원한강공원 수상 건물 기울어져 1층 침수 | 한국일보
- '영원한 재야' 장기표, 암 투병 끝 별세…"할 만큼 했고, 이룰 만큼 이뤘다" | 한국일보
- 도경완·장윤정, 아들 연우 행동에 충격 "이럴 애가 아닌데" ('내생활') | 한국일보
- "밖에서 일본어 쓰면 안 돼"... 중국서 일본인 어린이 피습에 불안감 확산 | 한국일보
- 국회 출석하는 정몽규, 홍명보… 빗발치는 논란들 제대로 해명할 수 있을까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