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반도체의 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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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이끈 반도체 업사이클(상승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았다.
보고서 제목대로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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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나란히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사업부는 1분기 1년 만에 적자를 탈출(영업이익 1조9100억원)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으로 뛰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분기 2조8860억원에서 2분기 5조4685억원으로 급증했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이끈 반도체 업사이클(상승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았다. 4~5년마다 도래해 2년 정도 계속된다는 슈퍼사이클(장기호황)까진 아니라도 당장 다운사이클(하강국면)을 걱정할 필욘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거품론'이 심심찮게 나왔고,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가 가속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잇달아 내놨다.
지난 15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는 이런 분위기에 '불안'이라는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 제목대로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범용 D램 시장은 4분기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꺾이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PC에 쓰이는 D램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내년에 공급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모건스탠리의 주장을 '과도한 비관'으로 평가한다. HBM은 고객사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수주형 제품이라 공급과잉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반도체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큰 HBM,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생산에 집중하는 점에 비춰볼 때 범용 D램은 오히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I 기능을 갖춘 PC·모바일에 범용 D램이 일반 제품보다 많이 탑재된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했다.
그렇다고 해도 안심은 되지 않는다. 모건스탠리의 비관이 과도할지는 몰라도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순 없다. PC·모바일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반전의 기회를 찾기 어렵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HBM 생산을 본격화하면 가격 하락, 나아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AI 열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할 수 없다.
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삼성전자가 시황에 의존하지 않는 '근원적 경쟁력'을 강조하고, SK하이닉스가 '포스트 HBM 시대'를 준비하는 이유다. 반도체의 봄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 지금은 갑작스러운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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