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명품, 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경기일보 2024. 9.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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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경 재능대 경영학과 교수

영국의 브랜드 평가 및 전략 컨설팅 회사 브랜드파이낸스는 2023년 럭셔리 명품 브랜드 순위 발표에서 루이비통, 샤넬, 구찌, 에르메스, 까르띠에, 롤렉스, 디올, 티파니, 버버리, 프라다 순으로 10위까지 보고했다. 이러한 글로벌 명품 시장은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수요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으며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나타나는 시장이다.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명품 시장은 고정 환율 기준으로 11~13%의 성장세를 나타낼 만큼 안정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의 1위는 한국(325달러), 2위 미국(280달러), 3위 중국(55달러) 순으로 보고했다(2022년 기준). 그래서일까. 샤넬,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구찌 등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기업들은 앰버서더(홍보대사)를 할리우드 스타에서 K-한류 스타로 바꾸고 있다.

예컨대 루이비통의 배두나, 샤넬의 빅뱅 지드래곤, 구찌의 이정재, 프라다의 NCT 재현, 디올의 BTS 지민 등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의 많은 K-한류 스타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구찌 브랜드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루이비통 브랜드는 한강 잠수교에서 각각 패션쇼를 열 만큼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중심에 있으며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한편 명품(名品)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이다. 코코샤넬은 “명품은 필수품이 끝나는 데서 시작되는 필수품”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욕망을 만족시켰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낡은 욕망이 돼 다른 만족을 갈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망은 언제나 만족을 앞서가는 ‘제논의 역설’과 같은 상황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그 욕망의 한가운데 바로 ‘명품 소비심리’가 있다고 한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 생각난다.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에서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명품 소비심리의 대표적인 특성 두 가지는 특정 집단 안에서 해당 집단의 일원이 됐다는 안도감과 구별 짓기. 즉, 사회 계급적 의미로 상층계급에 속한다는 과시적 수단으로서의 소비 행동이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명품 소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명품 브랜드 제품의 ‘리셀 시장’ 확대 등으로 인한 재테크 수단으로서 자산적 가치와 유희적 대상으로서의 심리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 속 상류층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소비층의 견고함이다. 명품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소비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서의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더해 젊은 소비자(MZ세대)의 명품 시장 유입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는 보상으로 비싼 가격이라도 과감히 구매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매체를 통해 일상을 자랑하는 플렉스 문화에 익숙하다.

셋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다. 다수의 명품 브랜드 기업은 의식 있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친환경, 순환 경제모델 등의 실현 및 홍보에 집중한다. 또 e커머스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방식의 명품 매장 체험 및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증강현실(AR), 3D 등의 온라인 가상 매장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명품 본연의 가치와 명품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은 지속적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명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다만 명품 브랜드 제품의 구매 이유가 타인을 따라하거나 흉내 내기 또는 과시를 위함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행동이기를 바란다. 단순히 보여지기식 소비일 경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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