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살리려면 실손보험 개혁해야”

안준용 기자 2024. 9. 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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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항목 없는 科는 박탈감… 공정한 보상 이뤄지게 논의를”
이종철 보건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필수 의료 기피 등 우리 의료의 많은 문제는 기형적인 사(私)보험, 즉 실손보험 제도에서 비롯됐다”며 “실손보험 구조 개편 없이 의료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국민 의료 이용을 부추겨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 필수 의료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급여 중 본인 부담분+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실손보험 보상이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진료과 개원의와 그렇지 않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의사들 간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 소장은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는 필수 의료과는 사보험 혜택이 사실상 없다”며 “필수 의료에서 일하는 이들이 우리 의료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들이 일하는 만큼 보상을 못 받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누가 남으려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비급여 진료’로 필수 분야 인력의 이탈을 부추기는 사보험 개혁이 제1 과제”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실손보험 구조에선 중증·응급 환자를 보는 2·3차 병원 전문의들의 이탈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 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9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진료 과목은 정형외과(1170억원), 개별 의료 행위는 도수치료(494억원)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정부가 국민 의료비를 다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고, 경제력 있는 환자는 돈을 더 내더라도 좋은 치료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사보험은 필요하다”면서도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보험을 정상화시켜 제 역할을 하도록 하면 국가가 공공 의료에 지원할 수 있는 여력도 그만큼 더 생긴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실손보험 개혁안을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 가격을 정부가 관리·규제하고, 일부 비급여 항목은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제한하면서 실손보험 본인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실손보험을 놓고 복지부와 금융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의료 개혁 의지가 있다면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하루빨리 실손보험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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