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저출생 반기는 젊은이들
얼마 전 편안하고 즐거운 추석을 보냈느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평소 하루 대여섯 시간씩 아이를 봐주던 돌보미 선생님이 안 계셔서 아내와 나는 대부분 시간을 아기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거나 산책하며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연휴마저 풍경이 달라진다는 걸 실감했다.
잠시 여유가 생겼을 때 커털린 노바크 전(前) 헝가리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저출생 문제 해결 특강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눈길을 끈 것은 어느 한국 정치인의 말이었다. 저출산이 “인력 부족과 역량 하락” 그리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런 인식을 달리 보고 싶다.
저출생 논의는 늘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GDP 성장과 경제적 역동성이 손상될 것이고, 경제를 이끌며 일할 사람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식이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목표가 경쟁력과 성장이었던 덕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 개인의 삶엔 여유와 기쁨 대신 스트레스가 가득한 일상이 자리잡았다. 이런 환경에서 결혼과 출산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젊은층이 과연 가정을 이루면 생길 수 있는 어려움까지 추가로 겪고 싶을까?
최근 만난 한 젊은 남성은 저출생을 오히려 반긴다고 했다. 다음 세대는 덜 경쟁적이고 덜 혼잡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가 자녀를 낳는다면 아이는 줄어든 인구로 대학 입시 전쟁, ‘스펙’ 쌓기나 어학연수, 끝없는 인턴십 등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성세대는 이런 사고방식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개인 입장에서 아이를 낳는 것만큼 생산성과 재산을 축내는 선택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일에 쏟는 한 시간의 노동은 내가 만든 이유식의 경제적 가치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요즘 아이를 볼 때마다 기쁨과 숭고한 인간애를 느낀다. 경제적 성공만이 내 인생의 주된 목표였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국가나 개인이나, 경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