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외이사진 “MBK가 인수 땐 핵심 기술 유출”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인수·합병)’로 규정하면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조계와 학계는 현존하는 이사회와 협의 없는 인수합병 시도를 적대적 M&A라고 일관되게 정의한다”면서 “이번 공개 매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MBK 주장은 허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MBK는 속성상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핵심 자산 매각, 인력 구조 조정 등을 통한 단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어 회사 직원들과 지역사회 등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고려아연이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과 연합해 글로벌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외국인들에 의해 설립되고 외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MBK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이런 국내 기업 연합의 이익과 충돌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과 함께 확보한 기간 산업 및 이차 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도 했다.
사외이사 성명이 나온 후 5시간 만에 MBK는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맞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한 것 등을 근거로 들며, “현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MBK의 입장 발표에 고려아연은 “MBK는 영풍의 후진적 이사회부터 지적하라”며 재반박에 나섰다. MBK와 손잡고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의 이사 5명 중 사내이사 2명은 구속돼 있어, 사외이사 3명만 남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경북 봉화에 있는 영풍의 석포 제련소에서는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사내이사 2명이 각각 중대재해처벌법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고려아연은 “비상근 사외이사 3명만 남은 상황에서 MBK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공개 매수에 나선다는 중대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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