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웃돈’ 귀하신 명품들, 중고로 풀렸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신상품 명품 대신 중고 명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위축된 데다, 팬데믹 기간 백화점이나 명품 매장에서 ‘오픈런’을 하면서 사들인 명품이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 1~8월 구구스나 시크 같은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전문 플랫폼의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은 1474억원으로 2년 전(658억원) 대비 2.2배 늘었다. 패션을 주로 취급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역시 올 상반기 중고 명품 검수 서비스(번개케어)를 거친 거래액이 4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배로 증가했다.
중고 명품 시장은 팬데믹 때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백화점이나 정식 매장에서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을 정가보다 비싸게 사기 위해 이용했다. 지금은 정가보다 낮은 가격대의 중고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팬데믹 때 폭발적인 명품 소비를 이끈 소비자들이 현금이나 여윳돈 마련을 위해 명품을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서 명품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팬데믹 때 품귀 현상으로 웃돈이 가장 많이 붙었던 롤렉스 시계의 일부 모델을 비롯해 고가 시계들의 중고가가 하락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상위 10곳의 대표 시계 60개 시세를 추적하는 워치차트마켓인덱스에 따르면 이들의 시세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1분기에 정점을 찍은 이후 9분기 연속 하락했다. 국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데마피게와 롤렉스의 중고품 시세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12.5%, 7.2% 떨어졌다.
신상 명품을 주로 취급하던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도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최근 중고 명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발란은 지난 7월 중고 명품관 ‘프리 러브드’를 신설했는데, 가오픈 한 달 만에 3만5000여 점이 등록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중고 명품 거래의 가장 큰 문제는 가짜·사기 거래인데, 중고 명품을 취급하는 플랫폼들이 정밀한 정품 검수 시스템과 안전결제 시스템을 갖추면서 명품 수요자들이 중고 거래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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