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기표를 보내며 정치권의 특권 의식을 다시 생각한다
민주화 운동가인 장기표씨가 22일 별세했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때 전태일의 분신을 접한 장씨는 이후 노동운동과 진보 정당 운동을 했다.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 동안 감옥에 있었고, 12년 동안 수배 생활을 했다. 그러나 장씨는 민주화 보상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받으면 안 되는 돈이라 안 받은 것”이라고 했다. “농사짓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특별히 보상금을 따로 받는 건 파렴치한 짓”이라고 말했다.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었던 노동자·농부들과 달리 대학생들이 데모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조차 그는 대학생들의 ‘특권’이라고 했다.
장씨와 그의 부인이 민주화 보상금을 신청했다면 10억원 넘게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노년에 국가에서 받은 돈은 국민연금과 베트남전 참전 수당을 합쳐 월 220만원이 전부였다. 반면 2000년 이후 민주화유공자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은 1100억원이 넘는다. 야권이 다수를 차지한 22대 국회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지원해주는 민주화유공자법을 추진했다.
장기표씨는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국회의원들이 수당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1억5700만원이다. 장씨는 국회의원의 사무실 경비 1억원과 후원금 1억5000만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연봉은 5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이런 국회의원 연봉을 도시 근로자 평균인 월 400만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운동이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포함하면 국회의원의 특권은 180가지가 넘는다. 장씨는 운동권이 스스로에게 혜택을 주는 민주화유공자법, 검찰 수사를 차단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회의원의 특권 중의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장씨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통장에는 5만7000원밖에 없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 벌금을 모두 납부했다. 그러나 민주화 특권층은 후보 매수 전과에 선거보전금 30억원을 미납하고도 다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하고, 입법 권력으로 방탄 국회를 만들었다. 장씨는 “한국의 특권층은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출세한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특권층과 싸웠던 장씨의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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