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부도 후 첫대선 승리 '서민 출신' 디사나야케
IMF 합의 틀 유지하며 민생고 해결 묘안 모색할 듯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스리랑카에서 국가부도 2년여만에 처음 실시된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총재인 아누라 디사나야케(55) 후보가 승리했다.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총재는 이번 대선에 좌파정당 연합인 국가인민동맹(NNP) 대선 후보로 나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과 사지트 프레마다사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총재를 제치고 대선 '재수'에 성공했다.
직전 2019년 대선에서 3% 남짓 득표로 3위에 그친 그는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와 경제정책 실패로 야기된 경제위기에 반사이익을 얻어 인기를 끌게 됐다.
경제난과 생필품 부족은 반정부 시위로 이어져 결국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 선언 후 해외로 도주한 뒤 하야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부패한 정치문화를 뜯어고치겠다고 공약한 디사나야케 총재에 지지를 보냈고 이번 대선으로까지 지지가 연결된 셈이다.
부패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중요 원인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도피 전 총리로 지명한 위크레메싱게는 라자팍사 가문의 정당 스리랑카인민전선(SLPP) 지지를 등에 업고 의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후 전임자 잔여임기를 채우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추진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작년 3월 구제금융 지원을 확보한 뒤 IMF 요구에 따라 증세 등 긴축정책을 써왔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올해 3% 성장 달성이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도 터져 나왔다. 특히 전체 인구 2천200만여명 가운데서 여전히 빈곤선 이하 삶을 사는 25%의 국민에게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2022년 이후 물가는 세배로 뛰었지만 대다수 국민의 소득은 변동이 없어 많은 이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디사나야케 총재는 IMF 재협상을 통한 민생고 해결을 내걸었다. 그는 특히 빈민과 농민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명문가 출신이자 지금까지 스스로 6차례 총리를 지낸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나라를 파산에서 구했다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또다른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던 프레마다사 총재 역시 IMF 재협상 등을 내세워 2차 개표까지 갔으나 고배를 마셨다.
디사나야케 총재는 1968년 11월 스리랑카 북중부주에서 태어났다.
육체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국내 대학에 입한한 뒤 일찌감치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1987년 JVP에 입당해 학생시절부터 활동, 2000년에 국회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의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부터 1년간 농업부 장관도 맡았다.
JVP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무장 혁명을 주도했으나 실패하면서 8만여명이 사망했다. 이후 무장투쟁 노선을 포기했고 최근 총선에선 4% 미만의 득표에 그치며 위기를 맞았다.
23일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하는 디사나야케 대통령 당선인은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야 한다.
우선 공약한 대로 IMF 구제금융 지원에 따라 스리랑카가 이행해야 하는 조건들을 놓고 재협상해 국민 고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전임 정부 시절 이뤄진 부패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
다만 IMF 지원 틀 자체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JVP 관계자는 AFP통신에 그가 IMF 합의 자체를 파기하지는 않고 조건들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정책도 '경제 살리기'라는 맥락에서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국가부도 사태 이전에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친중국 정책을 써서 중국 차관으로 대형사업을 벌였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그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자국에 대한 핵심 채권국이자 투자국인 인도와 중국 등과 '균형'을 맞추는 외교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줄리 코자크 IMF 대변인은 "스리랑카는 많은 진전을 이뤄졌지만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렵사리 얻은 것을 잘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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