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大選에 흥분하는 사람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바다 건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두고 국내 관심이 지대하다. 70년 동맹국이자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픈 얘기다. 마침 한국이 지난해 기준 215억달러(약 28조7000억원) 투자를 약정한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 피격, 조 바이든 대통령의 퇴장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 같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이벤트가 줄을 이으며 극적인 요소를 더하고 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너무 뜨거워지면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 분자들을 흥분시키기 마련이다. 불과 0.73%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린 2년 전 우리 대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 후보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그 팬덤이 몰려와 악플을 달고 협박을 하는 경우가 반복됐는데 이번 대선을 취재해 보도하면서도 종종 비슷한 일들을 겪는다. 바이든의 낙마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한동안 헤드라인을 장악했을 때 “언론이 해리스 편만 들다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승리한 2016년 꼴이 난다” “뉴욕타임스·CNN 같은 ‘좌파 언론’만 보고 혹세무민하지 말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세계 대통령’을 뽑는다는 이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뽐내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할 발판이 되기도 한다. 유튜브나 출판 시장에서 ‘트럼프’ 세 글자가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선두에 서 있다. 트럼프에 대한 부담스러운 감정이입과 함께 ‘한국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 ‘트럼프 바로 보기’ 같은 구호를 앞세워 각자의 리스트를 들이민다. 유죄 평결도 받은 트럼프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 같은 발언을 팩트 체크하는 게 언론의 본령인데도 말이다. 국내 정치를 평론해 온 분들도 한마디씩 거드는데 이역만리 선거 판도 훤히 꿰뚫어 보는 혜안과 쾌도난마에 감탄할 따름이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래서 누가 될 것 같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네 글자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해리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뛴다는 애틀랜타의 흑인 커뮤니티부터 가가호호 트럼프 깃발이 꽂혀 있는 위스콘신의 옥수수밭까지 거닐어 봤지만, 과문한 탓인지 이 박빙의 선거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웠다. 누가 진짜 실력자였고 누가 호사꾼에 불과했는지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판가름 날 것이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간에 온도는 좀 낮추고 ‘해리스 정부’든 ‘트럼프 정부’든 대비하는 게 현명한 처사 아닐까. 냉철한 자세로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는 일은 장안의 화제인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세상사에 들어맞는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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