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29] 와인 산업의 흥망성쇠
1970년대를 수놓은 영국 포크록 스타였던 앨 스튜어트는 유럽과 미국의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싱어송라이터다. 하지만 이 ‘베르사유 궁전’은 1987년 들국화 보컬리스트 전인권이 ‘사랑한 후에’라는 제목으로 숨 막히는 번안곡을 내놓으면서 간접적으로 알려졌다. 스튜어트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곡가 월리엄 버드의 ‘The Earl of Salisbury’의 멜로디를 차용해 ‘베르사유 궁전’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로베스피에르가 장악한 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무너진 베르사유 왕조의 몰락을 처연하게 서술한다. “여름밤 카페의 싸구려 와인 속에서도 혁명의 유령이 속삭이고/ 혁명으로 물든 붉고 노란 목소리들이 신호등에 걸린 차들에 구원을 청하고 있네요/ 새로운 날이 시작되기를 왜 기다리고 있나요/ 우리의 시대는 바람 속으로 사라져 버렸죠(It speaks inside the cheap red wine of cafe summer night/ Its red and amber voices call the cars at traffic lights/ Why do you wait to see the day begin/ your time is wasting in the wind).”
와인은 로맨틱한 무드와 피곤한 일상의 위안의 소재로 팝 음악사의 무수한 노래가 즐겨 채택한 소품이다. 이 노래에서 와인은 귀족의 우아한 향락의 상징이 아니라 혁명적 열기와 혼돈의 소용돌이를 은유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의 와인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몰렸고 최근 프랑스 정부는 3만헥타르의 포도밭을 갈아엎는 구조 조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축구장 4만2000여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고급 브랜드를 획득하지 못한 저가 와이너리들은 이렇게 슬프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중국 경제의 침체와 프랑스 내수 소비가 격감한 것이 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절 전까지 연간 2억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한국 와인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높은 주세의 규제 장벽에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6억달러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와인 시장의 성장이 괄목할 만한 두 번째 국가로 2년 연속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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