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한미일 경제동맹을 제안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1박 2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지금이야말로 작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또 3자 협력의 의무는 무엇인지 돌아볼 시의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세 나라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보다 실용적으로 협력할 것을, 특히 경제 안보와 자유 진영의 동맹 강화를 약속했다. 이제 서울, 도쿄, 워싱턴이 한미·미일 동맹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적기를 맞았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미국의 군사 동맹국이자 자유 민주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잘 지내는 게 미국의 동북아 외교의 초석이자 세계 평화의 중요한 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상상을 해보자. 만약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선거로 집권하지 않았더라면, 한일 관계는 10년 전보다 개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민주 국가에서는 정치적 관계가 선거 결과에 따라 변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 선거로 바뀔 수 있는 한·미·일 정치적 협력 관계를 세 나라의 기업, 즉 민간 분야가 나서서 확고하게 못 박았으면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정책이 지속되는 한, 세 나라는 정치·경제적 운명 공동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전제 국가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한일 양국은 아시아에서 북·중·러의 호전적 오판을 막는 최전선 국가들이다. 작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기술 협력, 대인 교류 등도 합의된 바 있다. 그래서 세 나라 기업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공급망을 확충하고 신기술을 공유한다면 세계 경제를 선도함으로써 전제 국가들의 오판을 막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 지구적 안보 환경과 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에 대한 역사적 반감을 극복하면서 한반도에 당면한 지정학적 도전을 헤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일본대로 그에 상응하는 호혜적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은 아시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한일 양국이 화해를 모색하도록 적극 나설 것이다. 미국은 또 없어선 안 될 동맹국 한국과 일본을 당연한 파트너처럼 여기지 않고 예우해야 한다.
그동안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역사적 감정은 두 나라의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일본으로부터 당한 수모는 잊어선 안 되는 역사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관계가 다져진 동맹국끼리는 가급적 함께 가야 한다.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동맹을 발전시킬 것이다. 여기에 세 나라 민간 기업들이 일군 세계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거대한 전략적 경제 안보 파트너십까지 구축된다면 확고한 전쟁 억지력과 방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예컨대,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신규 군함을 건조할 때 한국과 일본의 첨단 기업들이 같이 참여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인공위성 시스템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한·미·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돼야 한다.
한·미·일 경제 파트너십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삼성, 현대, SK, 한화, 포스코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때로는 주도권을 잡아가면서, 한일 양국 경제 동맹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한미, 미일 양국 동맹을 3자 경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한·미·일 민간 기업들이 견고한 3자 경제 동맹을 구축한다면 세계 경제에 갖는 영향력 또한 현격하게 커질 것이다. 우리 모두 때를 놓치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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