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다승 1위 레전드가 日 투수에 밀려 탈락한다고? “내가 결정할 문제 아니야”

김태우 기자 2024. 9. 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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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부진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 승선 여부가 불투명해진 메이저리그 현역 다승 1위 저스틴 벌랜더
▲ 휴스턴 이적 이후 절정의 컨디션을 발휘하고 있는 기쿠치 유세이는 벌랜더를 대신해 가을야구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현역 다승 1위(261승)로 향후 명예의 전당행 티켓을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스틴 벌랜더(41·휴스턴)는 21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홈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표면적으로 기립 박수가 나올 상황은 아니었다.

벌랜더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도 아니다.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벌랜더는 이날 선발 등판했으나 4⅔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다. 타선 지원 속에 겨우 패전을 면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홈팬들의 큰 박수를 받은 건 역시 벌랜더의 상황과 연관이 있을지 몰랐다. 벌랜더가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한때 경력이 내리막에 있었던 벌랜더는 2017년 친정팀 디트로이트를 떠나 휴스턴으로 이적, 이곳에서 부활하며 개인과 팀의 영예를 모두 잡았다. 2018년 16승과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하며 반등했고, 2019년에는 21승6패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하며 개인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팔꿈치 수술 후 돌아와 2022년에는 28경기에서 18승4패 평균자책점 1.75로 세 번째 사이영상을 따냈다.

휴스턴도 만년 하위권 팀에서 이제는 리그가 모두 인정하는 강호로 발돋움했고, 벌랜더는 그 점프에 큰 힘을 보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22일 벌랜더를 향한 이 박수에 대해 ‘3만9666명 팬들의 기립 박수는 이날 경기 내용이 아닌, 벌랜더의 놀라운 경력과 휴스턴을 새로운 차원의 곳으로 끌어올린 공로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벌랜더와 휴스턴의 인연도 이렇게 끝날 수 있다. 이제 정규시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벌랜더는 2년 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2025년 옵션이 있기는 한데 아직 행사 여부는 미지수다. 휴스턴은 85승70패로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어 포스트시즌은 있다. 그런데 벌랜더가 이 포스트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올해 유독 잦은 부상에 시달린 벌랜더는 시즌 16경기에서 4승6패 평균자책점 5.55라는 평균 이하의 성적에 머물고 있다. 데뷔 시즌인 2005년을 빼면, 벌랜더가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목 부상에서 돌아온 뒤 6경기에서는 27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8.89로 극히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우려를 모으는 대목이다.

벌랜더가 없어도 휴스턴 선발진은 돌아갈 수 있기에 ‘엔트리 제외’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온다. MLB.com은 ‘프램버 발데스와 헌터 브라운은 후반기 에이스처럼 투구했다. 또한 기쿠치 유세이는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전한 9번의 등판에서 모두 팀이 이겼다. 그리고 로넬 프랑코는 2.88로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3위를 기록 중이다’고 분석했다. 네 명의 컨디션이 벌랜더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특히 디비전시리즈에 5명의 선발 투수는 필요하지 않다.

▲ 벌랜더는 2025년 옵션 발동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대로 휴스턴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즉 굴러 들어온 돌인 기쿠치는 휴스턴 이적 후 9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의 뛰어난 투구로 신임을 얻고 있다. 최근 7경기 평균자책점도 2.93으로 매우 뛰어나다. 팀의 승리 부적 취급을 받는다. 이런 기쿠치를 빼기는 어렵다. 발데스는 올해 27경기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2.85, 브라운은 후반기 11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33, 블랑코는 시즌 29경기에서 12승6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 중이다. 모두 다 벌랜더보다 낫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제외 가능성에 대해 벌랜더는 “이야기했듯이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자신의 손은 떠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벌랜더는 “두 달 동안 자리를 비웠는데 모든 선수들이 환상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자신만의 모습으로 등판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달력을 보니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 알 것 같다. 나도 내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동료 선수들의 호투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다만 벌랜더는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통산 포스트시즌 38경기에 나갔고, 17승12패 평균자책점 3.58로 좋은 활약을 했다. 당장 지난해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도 1승1패 평균자책점 2.95로 이름값을 한 편이었다. 휴스턴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벌랜더의 휴스턴 고별전이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벌랜더는 140이닝을 던지면 내년 3500만 달러의 옵션을 잡을 수 있으나 올해 부상으로 84⅓이닝 투구에 그쳤고, 휴스턴이 벌랜더를 다시 잡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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