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내각 ‘우향우’로 출범…야당·시민 반발

김희진 기자 2024. 9. 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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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 투표 가능성 커

프랑스 정부가 조기 총선을 치른 지 두 달여 만에 새 내각 출범 작업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우파 성향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의회의 내각 불신임 투표가 추진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21일(현지시간) 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제출한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38명인 내각은 대부분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연합과 바르니에 총리의 정통 우파 공화당 인사들로 구성됐다. 유일한 좌파 인사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무소속 디디에 미고뿐이다.

새 내각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인물로는 내무장관에 임명된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공화당)가 꼽힌다. 내무장관은 이민 정책도 담당하는데 르타이오 원내대표는 ‘이민 강경파’로 알려진 정통 보수주의자다. 이 밖에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르네상스 정당이거나 동맹 세력이 주요 보직을 맡았다. 재정적자 감축 문제를 다룰 재무부 장관 자리는 33세 신예 정치인 앙투안 아르망에게 돌아갔다. 아르망 의원 역시 르네상스 소속이며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한 후 2022년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했다.

프랑스 정치평론가 알랭 뒤아멜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10년 전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이후 가장 우파적인 정부”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우향우’ 기조로 꾸려진 새 내각은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우 국민연합(RN)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RN은 바르니에 총리가 지명됐을 당시에도 불신임 투표에 당장 나서진 않겠다며 잠정적 지지를 표했다.

dpa통신은 “새 내각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초여름부터 프랑스를 사로잡고 있는 정치적 위기에 종지부를 찍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좌파와 극우 모두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기 총선 1위였던 좌파연합을 대표하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 뤼크 멜랑숑 대표는 “총선 패배자들의 정부”라며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도 “민주주의에 손가락질하는 반동적 정부”라고 비난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새 내각을 “마크롱주의로의 회귀”라고 했다.

이날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선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총선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내각 구성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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