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썼다는 흉기난동 예고…시민들에겐 공포였다
정치권 등선 ‘공중협박죄’로 규정 처벌 강화 법 개정 논의 중
전문가 “예방이 중요, 작성자들 공통 정서 문제 함께 다뤄야”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하모씨(51)는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치동 학원가 흉기난동 예고 글’이 게재된 뒤 고등학교 3학년 아들 걱정에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3 학부모 변모씨(56)도 “흉기난동은 ‘대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불안하다”며 “글을 쓰는 사람은 장난이라고 해도 대다수 사람들에겐 분명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박모양(14)은 “작년엔 정말 무서워 도망가는 법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말했고, 고등학생 황모군(18)은 “바로 옆에서 일이 터질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흉기난동 예고 글은 같은 날 늦은 오후 “드립(장난) 수위조절을 못했다. 죄송하다. 너무 불안하다”는 글이 세 차례 게시되면서 소동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은 ‘장난’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경기 분당 서현역 등에서 잇따라 흉기난동이 발생한 후 나온 살인예고 글이 이어지며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졌다. 지난해 8월 대치동 학원을 겨냥한 흉기난동 예고 글이 올라온 직후 경찰특공대와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되고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 흉기난동 예고 글로 인해 경찰과 성남시가 집중 순찰·폐쇄회로(CC)TV 감시·의료진 대기 등 대응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불안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정치권 등에선 처벌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흉기난동 예고 글의 특성을 반영한 법 규정이 없어 처벌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현재 수사기관은 흉기난동 예고 글을 형법상 살인예비죄·협박죄 등 혐의로 다루는데 살인예비죄는 범죄 계획을 위한 실제 행위를, 협박죄는 특정 대상이 공포심을 느끼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현행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협박죄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흉기난동 예고 범행을 ‘공중협박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 또한 협박죄로 보고 처벌하는 내용이다.
반면 흉기난동 예고 글은 기존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공중협박죄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공중협박죄는 효과가 없는 면피용 법”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불안을 느낀다는 이유로 범죄가 성립되는 것인데, 이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흉기난동 범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형사처벌만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일수록 처벌과 교정을 한 몸으로 보고 폭력에 대한 사고를 교정하는 상담 프로그램 등을 함께 진행한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 행위를 보이는 사람의 정서조절 취약성을 함께 다루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려줘야 재범이 방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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