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빠진 당정·의협…헛바퀴만 도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반기웅 기자 2024. 9. 22. 21: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 구속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연수 강좌를 듣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2025학년도 정원 재검토 놓고
당정, 이견 못 좁힌 채 ‘기싸움’
‘중재자’ 국회는 유불리만 계산
의협 내 회장 불신임 여론 커져
대화 테이블 못 여는 답보 상태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단체 내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보이고 있다.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할 국회 역시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사이에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의료계와 정치권이 제각각 협의체 구성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 사태 해결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변경 불가’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2025년도 입학 정원은 이미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며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2026년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는 물론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사과와 책임자 문책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연도와 정원 등 ‘숫자’에 매몰돼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여야와 접촉해보면 국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대화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그간 자신들의 거짓말에 대한 사과 없이 ‘너희들이 떼쓰니까 들어보겠다’는 스탠스로 숫자만 제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2025학년도 정원 재검토를 두고 당정 간 입장차도 여전하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목적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등 모든 안건을 열어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2025년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에도 여당은 의료계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는 게 우선이라며 정부에 ‘열린 자세’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도 거듭된 내홍으로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당에 모두 불만을 표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협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 했다. 최근에는 “한동훈 당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도 적었다.

의협 내부에서도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의 불신임 청원을 위한 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달 12일 기준 투표에 참여한 1283명 가운데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협 집행부의 거친 발언이 알려지면서 국민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일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간호법 제정안 공포 사실을 알리는 대한간호협회의 보도자료를 게시하면서 “건방진 것들”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장기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오지시네요”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간호사를 비난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