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가수 최초…기어코 상암벌 점령한 아이유 “미움 끝은 사랑이길”[공연보고서]
[뉴스엔 황혜진 기자]
"저도 여러분의 아주 오래된 팬입니다. 항상 미움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에도 끝은 사랑이길 바랍니다."
9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이 열렸다.
이번 앙코르 콘서트는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KSPO DOME(케이스포 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필두로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애틀랜타,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등 18개 도시에서 5개월간 전개된 월드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상암벌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나라 여성 가수가 단독 공연을 개최한 것은 가요계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간 2008년 남성 솔로 가수 서태지를 필두로 솔로 싸이, 그룹 빅뱅, 솔로 지드래곤, 그룹 세븐틴, 솔로 임영웅이 이곳을 거쳐갔다. 티켓 오픈 직후 어김없이 전석 매진 쾌거를 이루며 압도적 티켓 파워를 재입증한 아이유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총 10만 관객(회당 5만 명)과 만났다.
앞서 아이유는 2022년 스타디움 규모 공연장인 잠실주경기장에도 '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로 여성 뮤지션 최초로 입성했다. 이에 머무르지 않고 데뷔 16년 만에 상암벌 또한 최초로 점령하며 '기어코 승리를 이룬 그녀에 대하여'라는 이날의 단체 슬로건 문구를 현실화했다. 뮤지션으로서 스스로 짜놓은 계획들과의 한판승에서 번번이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 천명한 노래 'Shopper'(쇼퍼)에 걸맞은 행보다. 이젠 아이유가 가는 길이 곧 대한민국 여성 가수의 역사다.
꽃으로 장식된 이동 장치에 탑승해 그라운드 정중앙 공중으로 날아오른 아이유는 '홀씨'와 '잼잼'으로 공연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아이유는 "오늘 오신 관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한다. 저는 아이유"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이번 콘서트는 아이유의 두터운 팬 사랑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유는 관객들이 한층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10만 관객 전원에게 방석은 물론 망원경을 무료 증정했다.
아이유는 "앉아 계신 방석 다 여러분 거니까 잊지 마시고 집에 가실 때 가져가시길 바라고 오늘은 새로운 선물이 하나 더 있다. 망원경은 이번 앨범에서 콘셉트상으로 중요하게 사용된 오브제이기도 하고 멀리서 보시는 분들 저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시라고 한 번 준비한 선물이니까 두 개 다 유용하게 쓰시길 바라겠다. 망원경 케이스는 혹시 버리실 거라면 나가실 때 저희가 큰 쓰레기통을 준비해 놓았으니까 거기까지만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이유가 관객들을 살뜰히 챙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KSPO DOME(케이스포 돔, 올림픽 체조경기장) 콘서트 당시에는 꽃샘추위 속 대기한 팬들을 위해 난방시설과 의자 등을 구비한 홀씨 존(천막으로 제작된 대기 공간)을 설치한 것. 이외에도 장내 4시간여 동안 앉아 있어야 할 모든 관객들을 위해 날짜별로 상이한 색상의 푹신한 방석을 선물했다.
이어 아이유는 "5만 관객을 모시고 바다로 가 보겠다"며 '어푸', '삐삐', 'Obliviate'(오블리비아테), 'Celebrity'(셀러브리티), 'Bluming'(블루밍), '라일락', '관객이 될게 (I stan U)', '바이 썸머(Bye Summer)', 'Havana'(하바나), '너의 의미', '밤편지', 'Last Fantasy'(라스트 판타지), 'Shopper'(쇼퍼), '비밀', '너랑 나', 'Love wins all'(러브 윈스 올), 'Shh..'(쉬..), '스물셋', 홀씨', 'Strawberry moon'(스트로베리 문), '가을 아침', 'unlucky'(언럭키) 등 24편의 사랑시를 공들여 열창했다.
아홉 번째 곡으로 배치한 '관객이 될게 (I stan U)'에서는 서로를 위해 더 열심히 살고 싶어 하는 아이유와 유애나(아이유 공식 팬덤명)의 뭉클한 양방향 사랑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유는 "여러분이 관객으로서 바라봐주는 눈빛이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저도 관객 입장에서 같은 마음을 보내주고 싶다는 뜻에서 작사한 곡이다. 저의 관객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무대 말미에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언제나 어디서나 이젠 내가 널 지켜줄게. I stan U. 여러분의 열렬한 관객, 아이유로부터"라는 진심을 전해 아이유의 영원한 관객이 되겠다는 유애나들의 다짐을 한결 공고하게 했다.
'바이 썸머'는 상암벌 공연에서 최초 공개한 신곡이었다. 아이유는 "이번 투어를 하며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서울과 다음 도시였던 요코하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운 도시여서 역대급으로 긴 여름을 보냈다. 사실 전 정말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 여름이 참 좋았다"고 소개했다.
아이유는 "상암벌 공연 타이밍에 맞춰 여름이 끝날 줄은 몰랐다. 대기하실 때 해가 쨍쨍해 좀 더우셨을 것 같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내며 '사랑했다'며 보내는 노래다. 'Love wins all' 작곡가 서동환 씨가 주로 맡아 곡을 써 주셨고 제가 거기에 열심히 가사를 적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이유는 세트리스트를 남녀노소 불문 대중적으로 흥행한 대표곡은 물론 팬들이 공연에서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수록곡, 지난 2월 발매한 신보 'The Winning'(더 위닝) 수록곡들로 빼곡하게 채웠다. 총 다섯 파트(Hypnotic: 최면을 거는 듯한, Energetic: 활기찬·힘이 넘치는, Romantic: 연애의·사랑에 빠진·정열적인, Ecstatic: 황홀경의·열광적인, Heroic: 영웅적인)로 나눠 서사 있는 웰메이드 공연을 완성했다.
아낌없이 쏘아 올린 폭죽과 컨페티, 레이저, 드론을 띄워 하늘에 빚은 대형 시계와 큼지막한 홀씨 등 특수효과는 화려하디 화려했고,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기타를 메거나 춤을 추는 팔색조 아이유의 변주는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드넓은 상암벌을 예쁘게 줄지은 홀씨처럼 빈틈없이 메운 관객들은 하나 된 목소리로 전곡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가을의 초입 오래도록 기억될 진풍경을 연출했다.
공연 말미에는 못다 한 소회를 털어놨다. 아이유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 팬들을 위해 써 내려간 유애나 찬가 'Love wins all' 무대를 앞두고 "다시 '다음 아이유를 콘서트를 보러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좀 힘든 날도 힘내 보시고, 아까 여러분에게 응원봉을 흔들고 있던 절 한순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저도 여러분의 아주 오래된 팬이니까 힘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미움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에도 끝은 사랑이길 바란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승리를 하며 다음에 만날 때까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유는 상암벌 입성을 앞두고 공연 소음으로 불편함을 겪을 주민들도 배려했다. 상암벌 인근 성산시영아파트 전 세대에게 종량제 봉투 한 묶음을 전달한 것.
공연 전 논란이 된 상암벌 잔디 위 그라운드석 설치 관련해서도 만전을 기했다. 소속사 측은 "잔디 보호를 위해 사전에 안내받은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공연장 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유관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기민하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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