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기자 2024. 9. 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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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폭염을 뚫고 천만관중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진원(사진)이 만든 1인 밴드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떠올랐다. 원래 LG트윈스의 열성 팬이었던 그가 만든 응원가 제목이었지만 마무리 투수 이상훈이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되자 데뷔앨범에 넣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만든 홈메이드 데뷔앨범 ‘Infield Fly’는 지금도 사랑받는 명반이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절룩거리네’ 일부.

절룩거리면서 살던 이진원은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나에겐 나의 노래가 있다/ 내가 당당해지는 무기”(나의 노래)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스끼다시 내 인생)이라고 외친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신해철이 이진원을 스튜디오로 부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봉 1200만원의 전업 뮤지션이 되고 싶다던 그는 현실 부적응자이자 실패한 인생에 대한 자조를 노래에 담았다. 그러나 세상에 분노하거나 주먹질하기보다는 비루하게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비판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얘기했다. 이후 발표한 앨범도 ‘스코어링 포지션’ ‘굿바이 알루미늄’ ‘너클볼 콤플렉스’ 등 모두 야구와 관련된 제목이다.

이진원은 2010년 영등포 자취방에서 콩나물국을 끓이다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과 작별했다. 그가 떠난 지금도 여전히 프로야구의 열기는 뜨겁다. 그러나 통계가 말해주듯이 청년들의 삶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절룩거리면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만루홈런을 날리는 세상을 꿈꿔본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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