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55만원…비싸지만 지금 주문해도 1년 대기해야”

박은하 기자 2024. 9.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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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삼절병풍폰’ 메이트XT 시판…베이징 매장 가보니
사전 주문 662만2000건 ‘품절’
아이폰16과 정면승부서 ‘완승’

“1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요?”

22일 중국 베이징 번화가 량마차오에 있는 유명 쇼핑몰 솔라나 화웨이 매장. 신형 폴더블폰 ‘메이트XT’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던 한 남성 고객은 이날 주문하면 대기 기간이 1년이 될 수도 있다는 직원의 말에 구매 의향이 한풀 꺾인 듯했다.

이 고객은 “고민된다”면서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쉽게 놓지 못했다. 그는 “두 번 접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얇고 가볍다”며 메이트XT를 쫙 펼쳐 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셀피를 찍은 뒤 직원에게 돌려줬다.

이날 화웨이 매장은 메이트XT를 구경하러 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9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메이트XT를 공개한 화웨이는 지난 20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제품 공개 시점과 판매 시점이 모두 애플의 아이폰16과 같다. 화웨이가 애플에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중국에서의 결과는 화웨이의 완승이다. 메이트XT의 256GB 버전은 1만9999위안(약 379만원), 512GB 버전은 2만1999위안(약 417만원), 1TB 버전은 2만3999위안(약 455만원)이다. 상당한 고가이지만 화웨이에 따르면 공식 판매 전 누적 주문량이 662만2000건을 넘어섰다. 사전 주문량만으로도 재고가 소진됐다.

중국에서 ‘삼절병풍’이라는 의미의 싼저디에핑폰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완전히 펼치면 크기는 10.2인치이지만 두께는 3.6㎜, 무게는 360g에 불과하다. 초박형 태블릿PC처럼 보인다.

반면 아이폰16은 공식 판매 개시일 전날부터 이미 핀둬둬(테무) 등에서 최대 11%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매장은 병풍처럼 세워둔 것과 태블릿PC처럼 쭉 펼친 것 두 개를 각각 유리상자에 넣어 전시했다.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20대 남성부터 70대 여성까지 다양했다. 매장 직원은 화웨이 신제품에 열렬한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두 번 접을 수 있는 휴대전화는 전 지구에서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비싼 가격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국 휴대전화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는 다른 화웨이 휴대전화는 4999~9199위안(약 95만~175만원)이었다.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 역시 공급망 문제로 대량생산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메이트XT를 주문하면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할 수도 있는 이유다.

화웨이가 신제품을 출시한 목표는 대량 판매보다는 기술력 과시에 있다.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학투명접착제(OCR), 편광판 등 폴더블폰 핵심 부품 대부분에서 국산화를 이뤘다는 것도 신제품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애플과 같은 날 신제품을 공개하고 판매 개시한 것을 두고 “자국 시장에서 애플 신제품이 출시 이후 반짝인기를 끄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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