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2년 만에 대선 치른 스리랑카… 민심은 ‘정권 심판’에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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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 대선에서 민심은 좌파 사회주의 성향 야당으로 기울었다.
22일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제9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좌파 후보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 인민해방전선(JVP) 대표가 42.31%(한국시간 오후 8시 10분 기준)의 득표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2년 전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뒤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현 정권이 사실상 참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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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재협상·내각책임제 전환" 등 공약
현직 대통령 득표율은 17%... 3위 그쳐
국가부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 대선에서 민심은 좌파 사회주의 성향 야당으로 기울었다. 현직 대통령은 야당 후보들에 밀려 지지율 20%도 얻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했다. 부패와 무능으로 2년 전 경제 위기를 초래한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제9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좌파 후보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 인민해방전선(JVP) 대표가 42.31%(한국시간 오후 8시 10분 기준)의 득표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중도 성향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 사지트 프레마다사(57) 대표는 32.76%를 기록하며 디사나야케 후보를 뒤쫓았다.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는 유권자 1,710만여 명 중 약 76%가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를 차지한 디사나야케 대표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선관위는 ‘2차 개표’에 돌입했다. 스리랑카 선거 역사에서 2차 개표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리랑카 대선에서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최대 3명까지 순위를 매겨 기표한다.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선관위는 상위 1, 2위 후보를 남긴 채 나머지 후보를 탈락시킨다. 탈락한 후보자의 투표용지에 최종적으로 남은 두 후보의 이름이 있으면 이를 합산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디사나야케 대표와 2위에 오른 프레마다사 대표 사이 사실상의 ‘양자 대결’이 된 셈이다.
2차 개표 초반 무게추는 디사나야케 대표에게 기울었다. 더힌두 등 현지 언론은 이변이 없는 한 디사나야케 대표가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선을 노렸던 라닐 위크레메싱게(75) 현 대통령은 17.27% 득표율을 얻으면서 야망이 무위로 돌아갔다. 2년 전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뒤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현 정권이 사실상 참패한 셈이다.
스리랑카는 기득권의 부정부패와 경제 정책 실패,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맞물리며 2022년 초부터 심각한 외환 부족 상태에 빠졌다. 연료, 의약품, 가스 등 필수품 수입이 중단됐고, 물가 상승률은 수개월간 70~80%대를 유지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같은 해 5월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점령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도주했다가 사임했고,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가 라자팍사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았다.
이후에도 경제 상황이 연일 악화하자 위크레메싱게 정부는 지난해 3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약 4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IMF의 요구로 1년 넘게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스리랑카 경제에 급한 불은 일단 꺼진 상태다.
그러나 국민들은 높은 세금과 생계비에 허덕이며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해 왔다. 반부패 운동가 출신인 디사나야케 대표는 이를 파고들었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스리랑카의 부패한 정치문화 척결과 빈곤층 친화적인 정책을 공약했다. IMF와 재협상해 민생고를 덜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자신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집권 45일 내에 현 의회를 해산하고, 임기 내에 현행 대통령제를 폐지한 뒤 내각책임제로 복귀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스리랑카는 1978년 개헌과 함께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했는데, 46년 만에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프라디프 페이리스는 콜롬보대 정치학 교수는 디사나야케 대표 선전을 두고 “이번 대선은 2022년 시민 봉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명백히 보여준다”면서 새 정치문화를 원하는 유권자의 열망을 대변하는 그에게 표심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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