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실전에 강한 반도체 인재 양성… "이공계 살아야 나라도 산다"
삼성 엔지니어 20년 경험 살려 선구적 학과 설립… 8년 6개월째 후학 양성
일선 현장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전지식 강조… 사회 진출 제자 늘어 즐거워
"반도체디스플레이학과 제자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자리를 잡고,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원진(사진) 유원대학교 반도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이렇게 운을 뗐다. 20여 년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한 그는 2016년 4월 유원대에 합류해 8년 6개월째 반도체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유원대에 합류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대학교 전공으로서의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다소 생소했다. 하지만 현재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등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학과가 개설되는 등 반도체 학문의 중요성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유원대에 합류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학과를 새로 만들고 학생을 모집하는 일까지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유원대학교 반도체디스플레이 학과는 2017년 1학기 첫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매년 졸업생과 반도체 인재들을 배출하는 학부로 성장하게 됐다.
김 교수는 "처음엔 학교에 없던 학과를 새로 만들어야 하니 불안함도 있었지만, 학생들 모집도 잘됐고 이제는 매년 졸업생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공계가 살아야 우리나라가 산다는 믿음을 가지고 반도체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반도체 학문 뿐 아니라 일선 반도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전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문으로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인 내용을 알아야 경쟁력 있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제자들이 반도체 용어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면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기본을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다"며 "현장에 투입됐을 때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것들을 미리 가르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의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요즘 삼성에서 근무한 2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는 유원대학교에 합류하기 하루 전인 2016년 3월 마지막날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 출근해 엔지니어들과 기술 회의를 했다고 한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들은 늘 이렇게 일한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재직할 당시인 2000년대 중반, 삼성반도체의 목표는 매년 메모리 용량을 2배씩 늘리는 것이었다. 당시 업계에선 '무리한 목표'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삼성은 이 목표를 1990년대부터 10여년 이상 달성했다. 이런 노력 끝에 출시된 제품이 '차지 트랩 플래쉬(CTF)'이고, 'Vertical NAND'에 탑재돼 상품화됐다.
김 교수는 "황창규 당시 삼성반도체 사장 주도하에 매년 메모리 용량을 2배씩 늘려야 한다는 목표가 엔지니어들에게 주어졌다"며 "'이번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았지만 삼성은 이 목표를 한 해도 빠짐없이 달성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실패한 적도, 시기가 늦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다음 날 곧바로 다른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기술 회의를 했던 것이 삼성 엔지니어의 삶이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이 최근 처한 복합적인 위기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경쟁사들에 비해 미국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늦어지면서 다소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또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을 추격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교수는 "삼성이 미리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을 확보했어야 하는데, HBM 관련해서는 대응이 한 발 늦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1990년대 초 일본 메모리 회사들을 역전했고, 2017년 인텔을 누르고 세계 반도체 1등 기업에 등극했던 저력을 발휘한다면 이번 위기 역시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최근 관심사는 '드론'이다. 그는 산업에서 드론이 쓰이는 영역이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판단해 드론의 구동 원리나 구조를 공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드론 산업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우리나라 산업을 책임져왔지만, 미래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지 여부는 현재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드론의 쓰임새가 확대되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드론을 공부하고 이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이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발전 속도가 빠른 업이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쉽다"며 "이공계를 살리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훌륭한 반도체 인재들을 육성하는 게 나의 남은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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