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하나에 휘청… `비실비실` 코스피
선행매매 의혹·외인 놀이터 우려
외국자본 이탈 눈치 솜방망이 처벌
체력·신뢰도 지적 목소리도 여전
해외 증권사 리포트 하나에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휘청였다. 선행매매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여겨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외국 자본 눈치보기, 국내 증권사들의 '친기업 일색 리포트' 등으로 코스피의 체력과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17만37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20일 15만7100원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43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급락했다.
이달 초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급락했던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가 최근 회복세에 들어선 것과 달리, 유독 국내 반도체 종목들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시총 최상위 두 종목의 주가가 이같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약세와 함께 지난 1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보고서 영향으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고, 비중 확대였던 투자의견도 축소로 전환했다. 10만5000원이었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7만6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해외에서 발간된 리포트가 국내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에도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반토막냈다. 당시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추자 두 종목은 연일 하락했다. 지난 2017년에는 셀트리온과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약 200만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되자 '선행매매'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거래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견될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같은 부정적 리포트를 통한 주가 흔들기 외에도 그동안 외국 금융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시세조종 의심 행위 등이 빈번했던 점을 들어서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장난질'은 잊혀질만 하면 불거지는 이슈"라며 "지난 2018년 공매도 관련 골드만삭스 본사의 책임자를 불러 질책하고, 수십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처럼 이번 선행매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일들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는 것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금융회사의 리포트 하나에 흔들리는 코스피의 체력과 신뢰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과거 외국 자본의 위법 행위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외국 자본 이탈을 우려해 눈치를 보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시장의 디스카운트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 공매도 관련 과태료와 주의 조치를 받은 127명 중 93.7%가 외국인이었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 공매도 등에 대한 처벌을 과징금으로 상향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불과 2021년에서야 이뤄졌다.
국내 증권사들의 '친기업 일색 리포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 종목 보고서 1만3076건 중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단 3건(0.02%)에 불과했다. 92.91%는 '매수' 의견이었고, 6.95%는 '보유' 의견이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대체로 10% 넘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이 당국과 증권사 등이 시장의 신뢰도를 깎아 내리면서 코스피는 올해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 주요 증시와 인도와 대만까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코스피는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일개 외국 금융회사의 눈치를 보고,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를 위해 정확한 기업 분석 없이 일제히 '사라'만 외치고 있는데 어떻게 신뢰가 쌓이겠나"라며 "수십년째 바뀌지 않는 관행을 지금이라도 고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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