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에너지 저장 의무화 공염불…10곳 중 8곳 설치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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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처럼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를 공공기관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6년이 넘게 지났지만, 공공기관 건물 10곳 중 8곳은 여전히 ESS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ESS 의무 설치 대상 건물 82.5%는 ESS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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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자체 예산으로 설치해야
인센티브 없고 화재 우려도 걸림돌
냉장고처럼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를 공공기관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6년이 넘게 지났지만, 공공기관 건물 10곳 중 8곳은 여전히 ESS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설치 예산이 없어 기관이 자체 예산을 알아서 운용해야 하는 실정인 데다 설치 유무에 따른 불이익이나 인센티브도 두지 않아 ESS 설치를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22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81곳의 공공기관이 ES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지만 이행한 곳은 68곳(24.2%)에 불과했다. 해당 공공기관 소관의 ESS 의무 설치 건물이 여러 채인 경우, 한 곳이라도 설치하면 ‘이행 기관’으로 분류된다. 건물 단위로 보면 ESS 설치 의무 대상 건축물 502곳 중 88곳(17.5%)에만 ESS가 설치돼 있다. 공공기관의 ESS 의무 설치 대상 건물 82.5%는 ESS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조차 지난해 말 기준 의무 설치 건물 7곳 중 본사를 포함한 6곳에 ESS를 설치하지 않았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수요가 많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ESS를 사용하면 에너지가 버려지거나 낭비되는 일 없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낮은 요금의 야간 전력을 저장해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어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는 2017년부터 강제됐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계약전력 2000㎾(킬로와트) 이상의 건축물에는 계약전력 5% 이상 규모의 ESS를 설치해야 한다. 이 기준 역시 ESS 설치 부진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기존의 1000㎾에서 2000㎾로 높인 것인데도 여전히 설치는 지지부진하다. ESS 미설치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탓이다. 여기에 ESS 화재 사고에 대한 우려 등도 설치 부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ESS 미설치에 따른 패널티 규정이 약한 것은 맞다. 구속력이 있는 규제는 없고, 공공기관 평가 지표에 정부 정책 참여 등이 반영되니 평판에 조금 피해가 가는 정도”라며 “우수 사례를 전파하면서 기관에 해달라고 권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예산도 없어 각 공공기관이 시설비나 자산취득비 등을 알아서 운용해 ESS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송 의원은 “현재 정부 예산 없이 의무 대상인 공공기관이 자체 예산으로 ESS 설치를 하고 있는데 정부예산 투입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ESS 설치 관련 문제가 불거질 경우 담당자를 면책해야 한다고도 했다.
황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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