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현금엔 아이 안낳아 … "내집마련 먼저 지원을"
국민 60%는 자녀 생각 없어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
저출생 대책 1순위에 '주택'
"도심에 싸게 아파트 공급을"
일·가정 양립지원 목소리 높아
부모·아동수당 확대 필요성도
30대 후반 직장인 박 모씨는 결혼 5년 차지만 자녀 계획이 없다. 맞벌이로 연봉이 1억원이 넘지만 출산 후 닥칠 육아와 교육 부담에 자녀를 갖지 않기로 했다. 박씨는 "서울 아파트 값이 웬만하면 10억원이 넘어간다"며 "아이를 낳으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을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일손 부족과 성장 절벽이 우려되는 가운데 자녀 양육에 필요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최우선 과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액공제 확대나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달 안정적인 급여·수당을 제공받고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안해 주거 지원이 시급하다는 요청이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SK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2024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20~49세 국민 중 자녀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반면 자녀를 희망하지 않는 국민은 58%에 달했다.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은 SK가 설립한 비영리연구재단이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곳은 이슈·임팩트 측정 전문기업 트리플라잇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결과를 분석해 담았다.
20~49세 무자녀 희망층 321명에게 물었더니 209명(65.1%)이 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무자녀를 희망하는 연령층은 특히 30대에서 두드러졌다. 30대 무자녀 희망자 중 70.5%가 경제 문제를 지목했다.
실제로 자녀 1명을 양육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생각하는 월평균 자녀 1인당 양육비는 140만원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도시 2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450만원이다. 가구 흑자액은 118만원에 그친다. 소득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아이 1명을 낳으면 지출 140만원이 추가돼 적자 가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 현재 자녀가 없거나 앞으로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주택 문제 해결을 1순위로 꼽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원에 달한다.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정부에서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도심 외각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젊은 부부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녀가 있거나 무자녀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매달 일정 금액의 부모급여나 아동수당 지급이 가장 필요한 경제적 지원이라고 답했다. 올해 0세 자녀를 둔 가정은 월 100만원, 1세는 월 50만원의 부모급여를 받는다. 0~7세 아동이 있는 가정은 매달 아동수당 10만원도 받고 있다.
반면 주로 기업에서 지급하는 일회성 출산장려금과 연말정산 때 받는 자녀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낮았다. 특히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 번 현금으로 지급되는 출산장려금에 대한 선호(18.2%)가 주택 제공(37.9%), 부모급여·아동수당 지급(29.5%)에 크게 못 미쳤다.
국민들은 일·가정 양립 지원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해법으로 꼽았다. 현재 자녀 유무와 무관하게 1순위로 유연근무제와 근로시간 단축이 꼽혔다.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가장 많이 원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정부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실제로 육아휴직 등 제도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슈는 작년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투명하지 못한 정부 운영'이 꼽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2022년 조사에선 '집값 불안'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저출생·고령화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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