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불어오자마자 살아난 SSG, ‘가을 DNA’의 원조인 김광현도 함께 춤춘다 “전통은 무시 못하죠”[스경X현장]
더위가 가고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SSG의 ‘가을 DNA’가 다시 살아났다.
SSG는 2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지난 14일 삼성전부터 6연승을 이어간 SSG는 0.5경기차로 앞서 있던 KT를 밀어내고 5위 자리를 탈환했다. SSG가 5위에 이름을 올린건 8월22일 이후 한 달 만이다.
SSG는 전신인 SK 시절부터 가을에 강했던 팀이다. ‘왕조’ 시절을 구축한 2000년대 후반부터 쌓아온 ‘가을 DNA’는 여전히 팀 컬러로 남아있다.
올해는 가을이 늦었다. 추석 연휴까지 폭염 경보가 내릴 정도로 여름이 길었다. 그러나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해지자마자 SSG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도 “9월이 되어서는 전혀 다른 팀이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좁혀가던 5위와의 격차를 드디어 뒤집을 기회를 잡은 날, 중심에는 역시 ‘에이스’ 김광현이 있었다.
김광현은 팀의 가을 DNA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2007년 SK(현 SSG)에 입단해 2008년부터 16승(4패)를 올리며 팀 선발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김광현은 언제나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그 순간에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 플레이오프 7경기, 한국시리즈 13경기 등 수많은 가을야구 경험이 있다.
김광현 역시 선선한 바람을 타고 호투를 펼쳤다. 이날 6이닝 1안타 4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는 시즌 11승째(10패)를 올렸다.
사실 올시즌의 김광현은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김광현은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2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 9승8패 평균자책 3.53으로 2점대 평균자책 행진이 잠시 끊겼지만 ‘김광현’이라면 다시 제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개막 초반부터 부진이 이어졌다. 5월에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은 7.20으로 흔들렸다. 5월 말에는 한 차례 재정비를 위해 2군에도 다녀왔다. 이후에도 들쑥날쑥한 피칭이 이어졌다. 가뜩이나 국내 선발진이 부족한 SSG로서는 대안이 없었다.
1988년생으로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은 김광현이 ‘에이징 커브’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올시즌 도입된 ABS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팀이 가장 필요할 때 김광현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한 9월 김광현은 에이스다운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천적’ LG를 상대로 6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LG전 첫 승리를 올렸다. 11일 롯데전에서는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지난 17일 KIA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이날 KT전에서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2경기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광현이 올시즌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는 2022년 8월10일 경기 이후 774일만에 KT전 승리를 올렸다. 수원 구장에서 유독 약했던 김광현은 2019년 4월27일 이후 1975일만에 수원에서 승수를 추가했다. 평균자책도 4점대(4.99)로 낮췄다.
타선에서도 홈런포로 김광현에게 힘을 실었다. 박지환이 3회, 7회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고 6회에는 박성한이 2점 홈런을 치는 등 시원한 타구를 날렸다. 이날 SSG는 KT와 같은 개수인 5안타를 쳤다. KT는 2득점에 그친 반면 SSG는 6득점을 뽑아내며 연승 가도를 달렸다.
경기 후 김광현은 “팀이 필요할 때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수비가 많이 도와줬다. ABS도 내 편이었던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KT 타자들이 개인적으로 승부했을 때에는 다 강한 타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누가 나와도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을에 유독 강해지는 이유로는 ‘전통’을 꼽았다. 김광현은 “선배들부터 계속 이어져내려오는 전통은 무시 못한다”라며 “선수들이 가을에 집중을 좀 더 잘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가을 야구를 많이 해본 나부터 선수들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가을에 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SSG를 “잔잔한 파도 같이 가는게 좋은 팀”이라고 말한 김광현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런 팀이 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고 던지고 치는 공 하나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표했다.
수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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