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왕국' 인텔의 굴욕 퀄컴에서 인수제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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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세계 최대 '반도체 왕국'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경쟁사에 인수를 제안받는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팹리스 반도체 회사 퀄컴이 인텔에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이 인수 이후 인텔의 일부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경우 미국 정부가 반도체 안보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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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 합병심사가 걸림돌
인텔, 50년만에 최대 위기
1970년대 이후 세계 최대 '반도체 왕국'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경쟁사에 인수를 제안받는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팹리스 반도체 회사 퀄컴이 인텔에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시가총액이 930억달러에 달하는 인텔의 인수 거래가 성사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인수(690억달러)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빅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1980년대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한 '윈텔 동맹'으로 사실상 PC·서버용 반도체 시장을 독점해왔던 인텔의 매각설이 나온다는 점 자체가 오늘날 회사가 처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퀄컴의 인수 제안이 성사될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인텔이 인수 제안에 응해도 반독점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퀄컴이 인수 이후 인텔의 일부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경우 미국 정부가 반도체 안보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통신 칩 팹리스 회사인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려다 실패했고, 2021년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 인수 시도도 미 정부의 반대로 좌절됐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인텔의 몰락 이유로 모바일·인공지능(AI) 칩 선점 실패와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CPU 시장에서 경쟁사의 부상 및 기술 격차 심화 등을 꼽는다.
인텔은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뒤늦게 모바일 칩 사업으로의 확장을 노리다 적자만 쌓은 채 2016년 스마트폰용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선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앞다퉈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등 미세 회로 공정 개발에 나설 때 인텔은 반도체 설계·미세 공정 담당 연구개발(R&D) 인력을 해고하는 등 패착을 둬 10나노미터(㎚) 이하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서 밀려났다.
인텔은 여전히 'x86 아키텍처' 기반 PC·서버용 CPU 시장에서 75%대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한때 90%가 넘던 시장점유율을 계속 빼앗기고 있다. 인텔의 올해 데이터센터 부문 예상 매출은 126억달러로 AMD(129억달러)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AI 투자 적기를 놓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 참여할 기회도 떠나보냈다. 앤젤로 지노 CFRA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지난 2~3년간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진 AI 전환은 인텔에 정말 큰 타격이었다"며 "인텔은 AI 전환에 적합한 역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위기 극복을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전체 직원의 15% 감원, 배당금 삭감 및 지급 중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분간 인텔의 부진한 실적과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내년에 양산을 선언한 차세대 파운드리 1.8㎚ 공정(18A)에 인텔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내년부터 2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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