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비밀' 담보로 사채 쓴 군인들

고경호 기자(ko.kyeongho@mk.co.kr) 2024. 9.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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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린 군인들이 담보로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 정해놓은 말)를 사채업자에게 넘겨준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청도 지역 모 부대 등에 근무하는 일부 군인이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일러줬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군인들은 사채업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담보 대신 암구호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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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모 부대서 암구호 유출
업자 안심시키려고 넘긴듯
민간인 부대출입 정황 없어

돈을 빌린 군인들이 담보로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 정해놓은 말)를 사채업자에게 넘겨준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 군 사정당국 등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올봄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 지역 모 부대 등에 근무하는 일부 군인이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일러줬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군인들은 사채업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담보 대신 암구호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 간 군인들의 지위도 위태로워지므로 사채업자들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쪽이 담보 성격으로 암구호 공유를 먼저 제안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암구호를 유출한 군인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병 신분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사채업자들이 군인들에게 얻은 암구호를 이용해 군부대에 출입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군과 검경은 사채업자들이 암구호를 입수한 동기가 미심쩍다고 보고 민간인의 군부대 출입 가능성 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암구호는 단어 형식으로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된다. 초병이 '문어'를 말하면 대상자는 '답어'를 외치는 방식으로 피아 식별을 한다. 통상 보초는 문어와 답어가 맞으면 경계를 풀고 문을 열어준다. 6·25전쟁 당시 야간에도 국군과 인민군을 식별하기 위해 지금은 세간에도 잘 알려진 '화랑'(문어), '담배'(답어) 등의 암구호를 쓴 게 대표적이다.

전북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부터 방첩사와 공조해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면서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전주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전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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