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면 어쩌나요"…은행 뺑뺑이 돈 예비신부 [주형연의 에구MONEY]
<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편리한 도구, 거래 수단일 뿐이지만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돈'에 대한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경제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는 사회, 돈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함께 경제 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대출 규제에 너무 혼란스러워요.", "대출이 막힐까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 은행 창구를 찾았어요."
지난 7월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무려 20차례나 올랐습니다. 내집 마련을 꿈꾸던 사람들의 꿈이 점점 멀어진데다 은행 창구는 연일 붐볐어요. 특히 8월 마지막주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기 직전이라 대출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로 바글바글했죠.
결혼을 앞두고 있는 기자도 대출이 막힐까 전전긍긍했습니다.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시기와 은행들이 대출을 막는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7월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저는 매일같이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른다, 대출을 막는다 등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큰일났다, 당장 집 계약부터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전세대출을 알아보고 있었기에 조금 안일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점점 대출 규제가 강해지더니 8월부턴 전세대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요. 연일 밤마다 네이버 부동산과 기사들을 찾아보며 은행마다 다른 조건들을 체크했었죠. 당시 '눈만뜨면 달라지는 대출규제'란 식의 제목으로 기사를 썼는데, 더이상 규제가 바뀌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제목을 달았던 것 같아요.
저는 결국 8월 마지막주 시중은행 중 2군데에서 전세대출을 조이는 바람에 알아보던 은행 외 다른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았습니다. 하루만 늦었어도 다른 금융기관을 알아봐야할 상황이었죠. 하지만 9월부터 다시 규제가 풀리더라구요. 허무했어요. 전세대출이 이정도인데 매매를 하려던 고객들의 상심은 얼마나 컸을까요.
아직까지도 은행마다 대출 규제 정책이 다릅니다. 현재 4대 은행 중 다주택자의 주담대가 가능한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해요. 나머지 3개(KB국민·신한·우리) 은행은 예외요건을 빼고 1주택 소유 세대에 대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무택자에게만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내주겠다고 발표했죠. 이어 신한은행, 국민은행도 1주택 소유 세대의 신규 구입 목적 주담대를 제한했습니다.
전세대출의 경우 더 복잡해졌어요. 특히 1만2000가구의 입주를 앞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일이 다가오면서 어디서 대출을 받아야 할지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된 상황입니다. 현재 신규 분양 주택같은 경우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하나은행이나 농협은행이 가능합니다. 단 농협은행은 대출실행 전일까지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확인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니 잘 살펴봐야 해요. 우리은행은 유독 전세대출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은행이 주거래은행이었던 저는 어쩔 수 없이 제일 먼저 배제한 은행이 우리은행이었어요. 9월에는 직장이전·자녀교육·질병치료·부모봉양·학교폭력·이혼·분양권 취득 등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하면 유주택자에게도 전세대출을 내주는 조항이 추가됐기에 각자의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이달 들어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며 가계부채가 서서히 잡히는 분위기입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9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말(725조3642억원)보다 2조7227억원이 늘었습니다. 이는 8월의 절반 이하(약 43%) 수준에요. 5개월 전인 4월(+4조4346억원)과 비슷한 증가 폭이기도 합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끈 주담대가 19일 사이 2조6551억원 불었습니다. 나머지 열흘 동안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한 달 증가액은 약 4조원에 그칠 가능성이 커요.
가계대출 증가세도 꺾이는 추세인데 은행들의 대출규제는 언제쯤 통일될까요.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대출상담사에게 상담했지만 각 은행마다 직접 다 방문하며 비교하고 전화 돌려보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자체 규제를 인정한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어느정도는 일정화 돼 소비자들이 빨리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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