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수시장 파고든 日처럼 … 한국도 '방산FTA' 체결 시급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9.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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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상호조달협정 안 맺으면
사실상 美에 방산 수출 어려워
일본은 2016년에 협정 맺고
美와 첨단무기 공동 개발도
전문가들 "미국 대선 직후
신속하게 체결 추진해야"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SM-3 요격미사일이 2017년 2월 3일 하와이 서해안 해상에 전개한 미 해군 구축함 '존 폴 존스함'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DVIDS

"한미 방위산업 협력의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뒤처져 있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대규모 수출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지만 세계 최대인 미국 방산시장에 들어갈 '입장권'조차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방산 분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BAA)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제조된 부품이 절반 이상 쓰이지 않은 외국산 방산 제품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50%의 비용을 부과한다. 원가 기준 자국산 부품 비율은 올해엔 65%였고 2029년에는 75%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미국과 RDP를 맺지 않은 나라의 방산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제값보다 50%나 비싼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RDP가 체결되더라도 단기간에 대미 방산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RDP가 없다면 국내 방산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4위)을 빼면 방산 수출 상위 15개국에 포함된 미국의 우방국 중 RDP를 맺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정부는 2022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RDP 체결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간 방산 수입액의 72%를 미국에 집중했다. 반면 국내 방산 기업들의 대미(對美) 수출은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은 1963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세계 28개국과 RDP를 체결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주요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시장 진입 문을 열어줬다. 일본도 2016년에 미국과 RDP를 맺었다.

방산업계에서는 RDP가 국내 중소 방산 기업에 미칠 여파를 보완하되 체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박태준 HD현대중공업 비상계획관(예비역 육군 대령)은 "갈수록 K방산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글로벌 전쟁 속에서 K방산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DP 체결 등)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계획관은 현역 시절 주미 군수무관단에서 근무했고, 방위산업진흥위원회 RDP 민간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RDP를 통해 미국과 기술 교류가 활성화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첨단 방산 기술 개발과 확보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RDP를 체결한다고 미국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RDP를 통해 각각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계획관은 일본이 2016년에 RDP를 체결해 미국과 SM-3 대(對)탄도탄 공동 연구개발을 본격화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과 SM-3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4년 5월에 북·중·러의 극초음속 무기 요격미사일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아직 내세울 만한 미국과의 공동 연구개발 실적이 없는 한국과는 크게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도 "미국과 첨단 무기체계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글로벌 마케팅까지 함께하는 큰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당연히 RDP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이미 첫발을 뗀 한미 간 RDP 체결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동맹국과 더욱 협력해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대선 결과로 인해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미국 대선 이후 당선인 측에 한미 간 RDP 논의 가속화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협의 모멘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계획관은 "미국의 요구에 부합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에 대한 방산 협력이 RDP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형 RDP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과의 RDP 협상 대비 작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FTA 성격의 RDP로 인해 예상되는 불이익을 사전에 파악하고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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