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우리 조상의 국적

2024. 9.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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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바로 귀경하는 길에는 곧 결혼할 조카가 동행을 하였다.

"너,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의 국적이 어떤지 생각해보았니?"라고 물으니, 조카는 별 고민 없이 바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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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바로 귀경하는 길에는 곧 결혼할 조카가 동행을 하였다. 차가 많이 밀려 예상 도착 시간이 밤 10시나 될 것 같아 저녁을 먹기 위해 경기도 이천 못 가 국도변 식당에 들렀다.

식사를 주문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필자는 조카에게 불쑥 이런 질문을 꺼냈다. "너,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의 국적이 어떤지 생각해보았니?"라고 물으니, 조카는 별 고민 없이 바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일본이 될 것이고, 원래 가지고 있던 국적은 한국이 아닐까요?"라고 말이다.

이제 서른두 살이고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쁜 이 조카는 정치와는 별 상관없는 회계사 일을 하고 있고, 평소에도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 일이 없는데, 별다른 주저 없이 명쾌하게 답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렇다. 크게 고뇌할 필요 없이 서류상, 즉 형식적으로는 일본 국적이었던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한국인(혹은 조선인)이었던 셈이다.

당시 일제하에 고통을 겪었던 우리 조상들에게 이런 질문을 드리면 어떻게 답을 하실까? "조상님, 조상님들의 후손들이 일제를 벗어나 독립을 이루면 일본과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며 계속 원수처럼 지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여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원만한 관계로 지낼까요?"

국회에서 일제 치하 우리 조상들의 국적을 가지고 소동이 벌어졌고,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국적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분들은 인사청문회 후보자나 공직자의 국가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의 조카가 답한 것처럼 이렇게 보면 일본이고 저렇게 보면 한국(조선)이 되는 문제를 가지고, 일본이라고 답하면 친일 매국노인 것처럼 매도한다면 질문을 받는 쪽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애매한 문제와 관련한 논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철저한 반일의식인가? 아니면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의 국적은 여전히 한국이나 조선이라는 역사 지식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차라리 유관순 열사나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등 일제시대 치열했던 우리 조상들의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교육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을 듯하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혹 국가관을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답하기 애매한 문제를 상대방에게 던져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는 한편 미리 준비한 논리로 여론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한 공격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상대방을 친일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숨은 의도가 들어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하고 있어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이고, 거기에 사는 북한 주민도 헌법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인사청문회 자리 등에서 "북한 주민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까? 아니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색깔론이라고 난리가 나지 않을까?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자신의 당파적 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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