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이순신 자력갱생 리더십, 기업에 필요···스스로 성장동력 만들어야"
대담=정영현 성장기업부장
경영인 시각으로 리더십 분석, 이순신학과 '1호 박사' 취득
기술력 갖춰야 자력갱생 가능···年 매출 7% 이상 R&D 투입
화장품 선진국 佛 30%까지 투자세액공제···韓도 확대 시급
“이순신 장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무너져 내렸던 조선 수군을 일으켜 명량에서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 같은 승리를 거둔 것은 조정의 지원만을 기다리지 않고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군수물자를 스스로 해결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순신 장군의 ‘자력갱생 리더십’을 배워야 합니다. 외부 환경을 탓하기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핵심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달 20일 한국콜마 서울 서초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자신의 논문을 펼쳐 보이며 이같이 밝혔다. 화장품 업계의 ‘TSMC’로 불리는 한국콜마의 창업주 윤 회장은 최근 대구가톨릭대 이순신학과에서 ‘1호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주제는 ‘고하도·고금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이순신의 승리 전략 연구’다.
고하도와 고금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 해전에서 승리한 뒤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고 순천왜성과 노량에서의 전투를 준비한 곳으로, 77세 고령의 나이에도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며 논문을 썼다고 했다.
윤 회장은 “역사 책에는 단순히 고하도에 진을 쳤다고만 나와 있지만 가서 보니 배를 만들 때 쓰이는 황장목과 군용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우물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 전투 당시에 이순신 장군이 전략을 세울 때 고려했던 현지의 바람, 수중 암거의 위치, 해류 등을 직접 체험하고 논문에도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순신 장군에게서 훌륭한 장수를 넘어 종합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했다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을 개척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략가였다”며 “고하도·고금도 등 직접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 보니 식수·나무·해류 등 이순신 장군이 그곳에 부대를 주둔시킨 결정적 요인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장의 입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장을 직접 보며 교통·인구·기후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직원 3명으로 시작해 한국콜마를 매출 3조 원의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성장시킨 윤 회장은 숱한 고뇌의 순간에 어김없이 이순신 장군을 떠올렸다고 했다. 윤 회장은 “34년 전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로 ODM 사업을 시작하고 오늘날 전 세계 ODM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자력갱생 정신’을 자양분으로 삼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특히 판옥선을 개조해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 장군처럼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콜마를 만든 열쇠는 바로 R&D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에 있다”며 “스스로 핵심 성장 동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기술력을 갖춰야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콜마는 이를 위해 전체 직원 중 30%를 연구 인력으로 두고 연 매출의 7%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R&D 융합 연구소인 ‘종합기술원’에는 6개 연구소와 2개의 연구센터 등에 소속된 연구원 600여 명이 상주한다. 그 결과 누적 특허 건수가 올해 8월 기준 출원 1108건, 등록 661건에 달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콜마는 올해 기준 3000여 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콜마가 화장품 업계의 TSMC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윤 회장은 지속적인 R&D 투자의 결과로 탄생한 한국콜마 제품이 한국 화장품 시장 전체를 발전시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선크림의 백탁 효과가 없어진 것은 한국콜마의 기술이었고, 이제 기초 화장품의 표준이 됐다”면서 “한국콜마의 R&D 투자는 한국 화장품 산업을 한 단계 올려놓는 데도 일조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콜마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에서는 연평균 1500개에 달하는 선크림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그 결과 한국콜마 선크림 제품은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제약 업계 품질 기준인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화장품에 적용해 우수화장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을 만들기도 했다. 제약사의 까다로운 기준이 화장품에 적용되면 품질이 한층 더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윤 회장은 꾸준한 R&D를 위해 ‘유기농 인재 경영’ 원칙도 세웠다. 그는 “이순신 장군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했다”면서 “한국콜마도 직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 가지씩은 강점이 있다. 개개인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누구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유기농 경영철학의 바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윤 회장은 우리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R&D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장품 선진국 프랑스는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우리나라 R&D 투자세액공제 수준은 이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세액공제 혜택은 10% 미만에 불과하고 특정 국가전략기술 투자에만 혜택이 집중돼 있다”고 짚었다. 윤 회장은 “기업이 활발히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며 “기업의 R&D 투자세액공제는 확대됐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에게는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는 “꿈은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며 “나이가 들었어도 박사 학위를 딴 것은 살아 움직이고 있음과 무언가 하려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우선 이순신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콜마의 성장과 기업 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제1의 목표를 소개했다. 그는 “경향성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한국콜마는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이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을 존중하는 기술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정신을 기치로 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2017년 뜻을 같이하는 기업인들과 사재를 털어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도 설립했다. 서울여해재단을 통해 2017년부터 이순신학교를 운영하며 중소·중견기업 임직원에게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한다는 취지다. 최근까지 이순신학교를 수료한 인원이 약 670명에 달한다. 하반기부터는 대구에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지방에 소재한 기업들도 쉽게 이순신 리더십 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토양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창업 1세대로 꼽히는 윤 회장은 후배 기업인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아니라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 회장은 “R&D에 대한 투자는 시간에 대한 투자”라면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가에게 있을 때 더 새로운 기술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이기도 한 ‘우보천리’ 정신을 강조했다. 우보천리는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윤 회장은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는 소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면 빛을 볼 수 있다는 철칙을 갖고 한국콜마를 경영해왔다. 윤 회장은 “깊고 넓게 봐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근성과 노하우가 바탕이 된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He is···
△1947년 대구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농협중앙회 입사 △197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대웅제약 입사 △1990년 한국콜마 창립 △2008년 수원대 경영학 박사 △2013년 WC300기업협의회 회장 △2014년 협성대 석좌교수 △2017년 서울여해재단 이사장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2021년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2024년 세종대 명예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 이순신학과 문학박사
정리=박예나 기자 yena@sedaily.com사진=권욱 기자 ukkw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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