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장벽을 세우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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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참 절묘하다'고들 한다.
대혼돈의 시대를 이해해보려 거르고 거른 올해의 키워드는 '장벽'이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미·중 간 무역장벽과 관세장벽은 일부일 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문제는 장벽을 다 세우고 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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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 분열과 단절은
한국에도 큰 위기이자 기회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읽고
선제적 '영리한 외교' 나서야
'민심 참 절묘하다'고들 한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선출된 권력들은 왜 '합리적'이지 않을까.
올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은 수식어는 '제정신이 아닌' '비이성적인' '폭주하는' 등이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두 개의 전쟁만 봐도 납득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것, 이후 가자전쟁 국면에서 보여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 등은 얼핏 이해하기 힘든 것투성이다.
먼 나라, 이웃 나라 지도자들을 봐도 그렇다. 베네수엘라와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와 일본도 '리더십 리스크'로 온 나라가 몸살이다. 국익과 국민을 위해 기꺼이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사람이 리더라는데, 이건 뭐 본인 스스로가 리스크가 된 형국이다.
하기야 그들에게도 올해는 만만치 않았을 터다. 지구촌 40억명이 투표소를 찾는 역대급 선거의 해, 반세기 만에 터진 겹겹의 전쟁으로 얼룩진 해, 고금리의 끄트머리에서 물가는 오를 대로 올라 국민들의 노여움이 극에 달해 있다. 일부러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무리수를 두는 리더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들이 폭주한 이유는 제각각이면서도 닮아 있다. 마땅한 대책이 없어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노한 민심에 갈아치워질세라.
국제정치의 대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일찌감치 지금의 정세를 내다본 전문가다. 그는 팬데믹 기간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책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결정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우리는 비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중대한 결정들이 당사국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이었다는 것이 결론인데,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흥미롭게만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대혼돈의 시대를 이해해보려 거르고 거른 올해의 키워드는 '장벽'이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미·중 간 무역장벽과 관세장벽은 일부일 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유럽을 휩쓴 '극우 돌풍' 뒤에는 팍팍한 살림에 날카롭게 벼린 민족주의가 있다. 올해 최대 빅 이벤트인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반유대주의와 불법 이민자 논란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어쩌면 확연하게 보이는 손으로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이제 '기회의 땅' 미국도, '포용의 땅' 유럽도 없다. 하나가 되는 것처럼 보였던 세계는 다시 빠르게 단절되고 있다. 문제는 장벽을 다 세우고 난 뒤다. 장벽이 세워지면 국가는 가장 먼저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내보낸다. 이제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잘살면 될 것 같지만, 고립돼 살기에는 함께 해결해야 할 지구촌 문제가 너무나 많다. 하는 수 없이 일부에게만 문을 열 텐데, 이때 장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군'이거나 '친구'이거나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람들뿐일 것이다.
그래서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외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열심히 하겠지만, 음으로 양으로 민간 외교 전문가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최근 1년간 국제뉴스를 전하면서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던 외교 사안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알고 보면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 소중한 인연을 가꿔온 '사람들'이 있었다.
미어샤이머 교수 말대로 한국은 언제나처럼 거대한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다. 높아져가는 장벽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가 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다 동원해야 한다.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선, 늦어도 너무 늦다.
[신찬옥 글로벌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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