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안 넘으면 재건축 답 없습니다”···과열되는 1기 신도시 동의율 경쟁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에 나서게 될 ‘선도지구’ 공모신청이 23일부터 4일간 진행된다. 해당 지역에선 선도지구 선정 평가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한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도지구 경쟁이 과열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 사업성과 직결되는 공공기여 비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주민 동의서부터 받다보니, 주민 갈등과 이로 인한 사업 지연 가능성도 함께 불거지는 상황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불붙은 ‘동의율 경쟁’
1기 신도시 중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높은 분당에선 95% 이상의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해당 항목 만점(60점)을 받을 수 있다. 소규모 빌라단지인 분당동 장안타운 건영3차(노루마을 건영빌라)는 전체 144가구 중 141가구(97.91%)가 재건축 선도지구 신청에 동의하며 ‘만점’ 기준선을 넘겼다.
대단지 아파트 중에서도 90% 넘는 동의율을 확보한 곳들이 나오고 있다. 양지마을(4392가구)과 시범 우성·현대(3569가구), 샛별마을 통합재건축 단지(2777가구), 한솔마을 1·2·3단지(1872가구) 등 대단지들도 95%에 근접한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에선 통합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촌 1·2, 백마 1·2단지(2906가구)와 후곡마을 3·4·10·15단지(2406가구) 등이 90% 안팎의 동의율을 확보했다. 평촌·중동에서도 동의율 90%에 근접하며 앞서 나가는 단지들이 등장했다. 다만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산본은 몇몇 단지를 제외하고는 선도지구 신청이 가능한 동의율 50%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도지구 지정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자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도 등장했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분당·평촌 일부 대단지는 올해 초보다 1억~3억원 뛴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분당구 시범현대 전용면적 129㎡는 지난달 19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전 동일평형 실거래가(15억5000만원)와 비교해 3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안양 동안구 평촌동 꿈마을건영3차 전용면적 133㎡도 지난달 13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6월 직전 최고가(13억원)을 갈아치웠다.
‘설명 없이 동의만 강요’ 반발하는 주민들
문제는 선도지구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민 갈등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의 일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동의율을 끌어올리겠다며 가구별 동의 현황을 게시판에 공개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힌 주민들에게 수시로 전화 또는 방문해 반발을 샀다.
추진위가 정확한 설명 없이 동의서부터 받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이달 공개된 분당신도시의 노후계획 도시정비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성남시는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에 15점을 배정하면서 ‘공공기여 5% 추가 제공’시 최대 6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단지들은 공공기여 추가제공 여부를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주민 동의율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는 추가 공공기여가 사업성 훼손과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재건축 추진위가 주민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 공공기여를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추진위가 법정 단체가 아닌데다, 공공기여를 정확히 어떤 식으로 할지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향후 정식으로 수립된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추진위 결정이 뒤집힌다면 사업 지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속도전을 예고한 상태다. 오는 11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의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곧바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7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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