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반대한 ‘사외이사 돌려막기’…영풍, 지배구조 논란 재점화
고려아연과 영풍이 지배구조에 대해 서로 칼을 겨눈 가운데, 영풍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최장원 전 국무조정실 제1차장이 영풍 계열사에서 중복 이사를 겸해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도 올해 주총에서 최 이사에 대한 선임을 반대한 바 있으며, 고려아연 계열의 영풍정밀은 최근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사외이사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 고려아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펀드 출자, 해외 기업 인수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매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여론전과 함게 법정 공방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계열사 겸직' 사외이사…국민연금도 선임 반대해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창원 전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올해 영풍 계열로 분류되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최 후보는 행시 36기로 국무조정실서만 10년 이상 몸담았으며 농림국토해양정책관, 사회복지정책관, 총무기획관, 경제조정실장 등을 거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을 지낸 정계 출신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영풍 주총에서 최 이사에 대해 "공직자 윤리위원회취업승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영풍은 이전에도 다수 사외이사들이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 주요 관계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거나 후임 인사로 단행한 사례가. 있다. 올 3월 임기가 만료된 심일전 전 영풍·코리써키트 사외이사는 이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어 4개 계열사를 모두 거쳤다.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 2곳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도 영풍과 코리아써키트에서 사외이사로 지낸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장성기 사외이사가 영풍 2009~2020년, 코리아써키트 2003~2015년, 인터플렉스서 2005~2009년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런 가운데 영풍정밀은 최근 검찰에 영풍의 비상근 사외이사 3명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또 장형진 영풍 고문, MBK와 김광일 MBK 부회장에 대해서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영풍정밀은 "영풍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처분하면서 주총 특별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2인(박영민 영풍 대표, 배상윤 석포제련소 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사외이사 3인만으로 중대한 결정이 이뤄지는 등 각종 법률 규정을 무시했다"고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밀실 공모'로 이뤄진 MBK와 영풍간 계약으로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과 김광일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게 돼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형진 고문의 지시가 있었다는 판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3인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1인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인물이고, 다른 사외이사들은 기업의 경영과 전혀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인물"이라며 "영풍의 제련업은 물론 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는 평가가 많다.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배구조 문제 '날선 공방'
영풍·MBK도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문제를 꺼내들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원아시아파트너스 5600억원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미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 등이 이뤄질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영풍·MBK는 이를 이유로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영풍·MBK는 최근 자료에서 "고려아연 사외이사진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진 K대 교수도 있다"며 "최 회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이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과정에서도 고려아연 이사회는 무력화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사회에는 이그니오 홀딩스에 대한 상세한 가치평가 내역이나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고 투자보고서를 요구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측의 요청도 묵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펀드들의 가치평가(공정가치 평가)는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금융당국에 공시까지 한 것"이라며 "영풍·MBK는 자의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순자산가치 평가)을 사용해 손실액을 과장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그니오 매출액의 9배로 203배라는 MBK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그니오를 인수한 페달포인트의 매출액은 2022년 329억원, 작년 809억원, 올 상반기 5721억원(캐터맨 인수 효과)으로 흑자전환을 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숫자로, 이를 활용하지 않고 특정 시기의 숫자를 활용해 투자 실적을 축소하고 왜곡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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