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연휴 영향에 9월 가계대출 증가세 일단 주춤···폭증세 잡힐까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달 말까지 증가 규모는 대출이 폭증했던 지난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시행된 강화된 대출 규제 영향도 있지만, 긴 연휴에 따른 착시효과가 있는데다 미국 금리 인하 영향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대출 급증세가 완전히 꺾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2조7227억원 늘었다. 3년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던 전달 증가 폭(9조6259억원)의 27% 수준이다. 이달 말까지 남은 열흘간 현재의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한 달간 증가 규모는 약 4조1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전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은행들이 신규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총액도 이달 들어 크게 줄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이 이달 19일까지 새로 내준 주택담보대출은 3조425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1601억원꼴로 대출을 내준 셈인데, 이 역시 8월(2491억원)의 64%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는 이달 들어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쏟아낸 대출 규제 조치의 영향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실제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DSR 단계별·만기(30년·40년)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에 따르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후 연봉 1억원인 금융 소비자의 은행별 한도가 작게는 4500만원, 많게는 9300만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출이 없는 수도권 거주자가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계산이다.
나아가 금리 인상부터 만기 축소, 최근에는 주택 보유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제한까지 각 은행들이 지난 두 달간 경쟁적으로 쏟아낸 가계대출 제한 조치들이 시간차를 두고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추석 연휴로 영업일이 줄었고, 연휴 이후로 주택 거래나 대출 실행을 미루는 경우 등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휴 이후로 부동산 거래 잔금일을 정하는 경우도 많고, 가을 이사철도 본격 시작하는 만큼 둔화 추세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로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함께 낮아져 가계대출 증가세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850~5.633% 수준으로 지난달 30일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1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도 연 4.500∼6.471%로 같은 기간 하단이 0.09%포인트, 상단이 0.07%포인트 하락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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