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시장 기지개 켜나…실거래 상승폭 아파트 웃돌아

실거래가 넉달 연속 상승
공시가 5억원 이하 무주택 인정 확대도 호재될 듯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밀집 지역.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7월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의 실거래가 상승 폭이 아파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부터는 청약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빌라의 가격·면적 요건이 대폭 완화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를 겪었던 빌라 시장이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를 보면, 7월 서울 빌라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2.68% 오르면서 아파트 상승률(2.23%)을 웃돌았다. 이는 2020년 6월(2.74%)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서울 빌라의 실거거래지수는 2022년 연간 -3.56%, 지난해는 -1.43%를 기록했으나 올해 4월부터는 넉달 연속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7월 서울 빌라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2783건으로 2021년 5월(1만3135건) 이후 가장 많았다. 시장에선 아파트값이 단기에 급등하다 보니 일종의 풍선 효과로 빌라 가격의 매력이 커지면서 일부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2월께부터는 빌라 소유자에 대한 청약 규제도 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 20일 입법예고했다. 침체한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8·8 공급 대책’의 후속 조처다.

지금은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이 1억6천만원(지방 1억원) 이하인 아파트·비아파트가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아파트 기준은 그대로 두고 비아파트 기준을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비아파트에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단독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포함된다. 또 신규로 빌라를 구입한 경우 뿐만 아니라 기존 빌라(1채) 소유자도 똑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는 시세 7억~8억원대 이하 빌라 한 채를 소유한 사람도 무주택으로 인정받아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는 셈인데, 인기 지역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